중-러-시리아 ‘뒷담화’로 협상력 높이는 김정은
중-러-시리아 ‘뒷담화’로 협상력 높이는 김정은
  • 오정국 기자
  • 승인 2018.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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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국, 러시아, 시리아 등 우방국과 '뒷소통'
(왼쪽부터)시진핑 중국 국가주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압델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왼쪽부터)시진핑 중국 국가주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홀리기 위해 지금 짜고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한 그의 친서 안에 든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미국 내 국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친서 안에 비핵화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돌고 있다.

지난 5.26 남북정상 재회동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파견한 것 이외에 이렇다 할 대외 행보나 미북회담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것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두 번이나 방문하고, 지난 31일 알렉세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북한으로 불러들인 것은 그가 트럼프의 뒷전에서 전통 우방국들과 모종의 합의를 해나가고 있다는 혐의를 짙게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아 든 김정은은 "푸틴 지도부가 미국의 우월주의에 저항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며 ”우리는 항상 이와 관련한 깊은 공조에 대해 러시아 측과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러시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푸틴의 행보도 빨라졌다.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8∼10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푸틴은 중국 중앙광파전시와 인터뷰에서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기대하면서 "관련국들이 북한에 안전보장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6일 신화망(新華網)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매우 기대한다"면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은 일치하며 양측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중국이 역내 정세 완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한 데 대해 러시아는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항 축에 항상 러시아와 중국이 도사리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지난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정남 시리아 주재 북한대사에게 신임장을 전달하는 자리에서 “조선(북한)을 방문하고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뛰어난 정치력과 현명한 지도력 덕택에 최근 한반도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전세계가 환영하고 있다”며 “최종 승리와 한국 재통일을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다가오는 미북회담의 성공을 낙관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영원한 혈맹인 중국과 조력자인 러시아, 1966년 수교 이후 정치 외교 군사적으로 ‘형제의 나라’에 가까운 시리아가 미북정상회담 분위기에 한 술 거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북회담 결과로 신냉전 기류가 ‘한 방’에 가실 것이라는 기대가 어렵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했듯, 이번 미북정상회담은 단지 차기, 차차기 회담을 위한 시작일 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노회한 ‘장사꾼’ 트럼프는 이를 잘 알고있다.

성급한 결과물 보다는 ‘안전판’을 깔며 가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다.

하지만, 회담이 길어질수록 ‘북한의 완전 비핵화’로 가는 길은 더 멀어질 확률이 높다.

북한의 우방들은 계속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 처리에 대해 우방들의 ‘뒷담화’가 본격화 될 때 김정은은 어쩌면 회담을 없던 일로 되돌릴 가능성까지도 없지 않다

지금 중국이 미국과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이 이번 미북대화의 이해관계 속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지난 5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3차 무역대화가 설전 끝에 빈손으로 끝난 것도 예견된 결과였다.

세계 질서가 경제 따로 안보 따로 돌아가는 일은 과거 어느 시대에도 없었다.

오는 12일 싱가로르 센토사 섬에서 있을 ‘세기의 담판’. 빅맨 트럼프를 향해 ‘이카루스의 날개’를 단 김정은이 날아가고 있다. 그의 비행이 그날 센토사에서 추락할지 판문점 또는 제3의 장소로 계속 나아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방국들을 지렛대 삼아 미국과 국제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는 이번 미북정상회담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대로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ojungk@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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