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념 지형도' 트윗에 올리고 좌파, 좌로 더 치우쳐 '깨시민'돼
민주당 지지층 강력하게 반발..."머스크, 공화당 선전기구" 비판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의 CEO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22 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표현의 자유 수호’ 명분을 내세워 ‘트위터’ 인수계획을 밝혔다. /AFP=연합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의 CEO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TED 2022 콘퍼런스’에서 크리스 앤더슨 TED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날 ‘표현의 자유 수호’ 명분을 내세워 ‘트위터’ 인수계획을 밝혔다. /AFP=연합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인수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으나, 오늘날 민주당은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머스크가 ‘미국의 정치적 이념 지형도’를 담은 이미지와 함께 이같은 내용의 트윗을 공개했다. 이미지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 대선 △오바마가 연임에 성공한 2012년 대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2021년의 3단계로 나눠져 있다. 시간이 흐르며 좌파 진영은 점차 왼쪽으로 치우치면서 이른바 ‘깨어난 진보’(the Woke, 이른바 ‘깨시민’)로 변해간다. 이미지가 그 변화의 추이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반면 우파의 이념적 좌표는 그대로다. 머스크 자신의 위치는 2008년 중도 좌파에서 2021년 중도 우파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는 좌파가 왼쪽으로 달려가 스펙트럼을 넓히는 바람에 중심점이 이동한 것일 뿐, 머스크 자체의 위치 변화는 없었다. ‘극우’로 낙인 찍힌 인물들 역시 상대적인 현상일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마린 르펜 국민전선(RN) 총재(전 대선후보) 등에 대해 충분한 논리도 설명도 없이, 일종의 혐오표현 ‘극우’ 낙인을 붙이고 있다. ‘가치지향 주권국가’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극우’ 취급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머스크는 다른 트윗들에서 "극좌파는 그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증오한다!" "그러나 난 극우의 팬도 아니다. 증오를 줄이며 더 많은 사랑을 갖자"고 부연했다. 머스크의 트윗에 민주당 지지층은 강력히 반발했다. 리버럴 성향 언론인 데이비드 레빗과 진보 논객 숀 킹 등은 머스크의 발언을 "(정치적인) 선전 운동"으로 규정, "머스크는 공화당의 선전기구"라고 비판했다. ‘우파가 제자리에 있다’는 묘사엔, 우파가 극우로 이동한 것을 거꾸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극단주의에 납치됐다는 머스크의 주장에 리버럴이 녹아내렸다(폭스뉴스)", "머스크의 이념 지형도는 틀렸다. 명백한 과장일 뿐만 아니라 과거 10∼20년 동안 미국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이해도 잘못됐다(워싱턴포스트)", "트위터를 바꾸겠다는 머스크의 약속은 우파의 감탄과 좌파의 분노를 촉발했다(NBC 방송)" 등 미 주류 언론의 반응이 갈렸다.

트위터를 비롯해 구글·아마존·메타·애플·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은 미 선거 과정에서 자체 검열을 통해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끈 혐의를 받고 있다.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게시물 검열에 대한 완화정책을 시사하자,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트위터가 우파 극단주의로 흐를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미국의 이념지형도. / 트위터 캡처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올린 미국의 이념지형도. /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는 민주당이 "극단주의자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주장했다. /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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