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석 달째가 되는 시점에서 우크라이나 현역 국회의원이 지난달 말 비공개로 한국을 방문해 여야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강화를 호소했다. 외교관 출신으로 현지 정가에서 대표적 친한파이자 지한파로 꼽히는 안드리 니콜라옌코(43) 의원이다.

니콜라옌코 의원은 지난달 29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25전쟁과 1983년 대한항공 피격 등 한국이 현대사에서 러시아의 전신 격인 소련과 악연으로 엮인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막지 못하면 한국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중국과 북한과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있다"며 "푸틴이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다음 타깃을 정할텐데, 극동이나 중앙아시아, 혹은 유럽 중 어느 한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밀착하고 있는 푸틴과 김정은의 우정은 위험하고도 이상하다"며 "이는 이번 전쟁이 한국에도 위험하다는 신호이며, 국제사회가 협력해 푸틴을 멈춰야 하는 까닭"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한국은 다른 서방 선진국에 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단호한 조치나 침공 반대의 목소리가 높지 않고, 심지어 국익을 위해서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해선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이어 "이런 분위기는 러시아가 자국 밖에서 벌이고 있는 선전과 선동이 한국에서 상당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니콜라옌코 의원은 "소련 해체로 독립한 뒤 30여년동안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를 뽑지 못하는 등 많은 실수를 했다"면서도 "민주주의는 때로는 완벽하지 않지만, 푸틴 정권처럼 국민을 혹사시키는 폭정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당시 50여명의 의원들밖에 참석하지 않는 등 썰렁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서 "한국은 우크라이나편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실망스럽고 맥이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 의원들이 ‘한국 분위기는 왜 저러냐’고 물어서 ‘한국 정치 내부 사정 때문이다. 보이는 풍경으로 분위기를 예단해선 안된다’고 말한 일화도 전했다. 그는 "곧 출범하는 새 정부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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