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이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은 공직자 범죄나 선거범죄로 검찰의 직접 수사를 받지 않아도 되고, 국가안보 또는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범죄도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대검찰청이 내놓은 입장문의 한 문구다.

‘권력을 빼앗기는’ 것으로 매도되는 검찰뿐만 아니라, 이미 경찰 내부에서부터 수사 역량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경찰의 2021년 미처리 사건 수는 24만6,900건으로, 검찰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지난해 1월 1일 이후 6만 건 넘게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 며칠 국회 모습을 보며 2019년이 떠올랐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파동 때였다. 정부·여당과 그에 동조한 소수 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폭거 앞에 자유한국당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법안이 통과되던 당시 필자의 개인적 소회를 적어놓은 글을 발견했다. ‘눈 앞의 모든 것을 짓밟고 지나가는 저들을 보며, 6.25 당시 한 병사의 일기 내용이라 전해지는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에게도 탱크만 있었으면….’

2017년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마치 ‘탱크 같았던’ 민주당의 만행이 이어졌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선거제와 공수처는 어떠한 결과를 맞이했는가? 불합리한 선거제도이지만 연동형 비례제에 순응하고 2020년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 의석수는 현재보다 더 많았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옥상옥(屋上屋)의 괴물이 될 것이라던 공수처 역시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의해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이뿐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수준에 놓였던 보수진영이 조금씩 상흔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부산 보궐선거부터 올해 대선에 승리했고, 조만간 열릴 지방선거에서도 2018년의 참패를 상당수 만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연명해온 민주당의 몰염치한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검수완박 현상’은 곧 마침표를 찍게 될 정권과 그를 둘러싼 위선자들의 충동적이고 폭력적인 방어기제이다. 역시나 대한민국 고도성장의 시기,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면피하고자 했던 어린이와 같은 수준의 행동화 반응인 것이다. 같은 의식을 공유하는 들러리 정당을 포함해 171석에 이르는 현재의 위용이 대단해 보이겠지만, 어떠한 방법으로든 지금의 선택은 민주당의 제 발등을 찍는 결과가 될 것이다. 만고의 진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며, 우리는 ‘윤석열 정부’라는 탱크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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