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박상후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동아시아로도 몰려오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4월 27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이 "지정학은 다시 회귀했다. 우리는 글로벌 NATO와 자유세계의 연계가 필요하다"면서 "유럽, 대서양 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의 안보에도 NATO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무기지원을 언급하면서 트러스 외무장관은, 중국이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러시아와 같은 취급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타이완 같은 민주국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트러스 장관의 발언은 러시아와 중국을 같은 진영으로 전제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장관은 "3년 전 블라디미르 푸틴은 ‘서구의 리버럴리즘은 죽었다, 작년에 시진핑은 서구가 쇠퇴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2022년 4월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NATO의 동진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유럽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아시아 태평양지역, 나아가 전 세계를 난장판으로 만들 셈이냐"고 비난했다.

NATO까지 나서서 타이완 방어를 언급하니, 타이완으로서는 정파에 따라 그 반응이 극과 극이다. 집권민진당은 자유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다는 반응인데 반해, 친중국민당은 우크라이나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조짐이라면서 부정적이다.

타이완 해협의 유사상황과 관련한 시나리오는, 전면침공부터 부속도서 점령 후 기정사실화까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또 군사적 모험이 아니라 2024년 대선을 기다려 내부 피로도를 이용해 친중정권으로 교체를 시도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만에 하나 양안간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주한미군의 존재, 그리고 일본까지 맞물려 동북아 정세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 지정학의 요소들을 몇 수 앞까지 예상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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