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손태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갱 영화의 명작이다. 유대인 꼬마 둘은 뉴욕 뒷골목서 함께 못된 짓을 일삼다 잔혹한 범죄꾼이 된다. 우정은 배신이 되어 결국 비극으로 끝난 그들 일생을 그린 영화. 전혀 다른 성격과 삶을 연기한 주인공 배우는 로버트 드니로와 제임스 우즈. 두 명배우는 영화만큼 현실에서도 다르다. 이념 때문. 드니로는 좌파들이 장악한 할리우드에서도 우파 공격으로 악명 높다. 그러나 우즈는 소수의 보수에 속한다. 그는 "할리우드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고 밝혔다.

우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사들이자 트위터에 썼다: "그는 영웅이다. 자본주의가 언제든지 사회주의를 깨버릴 것임을 증명했다." 역사학자 빅터 핸선은 "베를린 장벽 무너지듯 머스크가 망치로 실리콘밸리 장벽을 허물고 있다. 조 바이든의 실패와 넷플릭스·CNN의 내부 몰락 등으로 미국은 보수혁명에 이르렀다"며 머스크는 자신이 그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배우와 역사학자가 왜 ‘자본주의 영웅’ ‘보수혁명’이라는 감정 넘치는 용어를 쓰면서 머스크의 440억 달러 거래를 칭찬할까? 돈과 정치권력을 함께 쥐어 ‘우주 지배자’라 불리는 좌파 실리콘밸리의 오만·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즈는 정치 주장 때문에 수차례나 트위터 계정이 일방 차단되는 수난을 겪었다. 물론 버락 오바마와 바이든의 열렬 지지자인 드니로의 계정이 막힌 적은 없다. 머스크의 인수는 거저 기업사냥이 아니다. 내전이나 다름없는 이념전쟁에서 우파의 반격이다.

영국 왕조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에 온 청교도들은 사상의 자유를 위한 강력한 법을 만들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정부의 검열을 증오했기 때문.

그러나 미국정신의 기둥이며 자존심이라던 수정헌법 제1조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CNN 등좌파 기업언론들에 의해 무너지기 시작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좌파들만의 자유였다. 그들은 터무니없는 가짜·편향보도로 미국을 지배했다.

드디어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좌파 소셜미디어에 의해 헌법의 가치는 완전 허물어졌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정보소통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서슴없이 검열했다. 오로지 보수를 상대로만. 그토록 증오하며 막으려 했던 검열을 정부도 아닌 사기업들이 저지를 줄은 건국의 아버지들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트위터 사장은 "우리의 역할은 수정헌법 제1조에 속박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헌법마저 부정하는 오만의 극치다.

20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뉴욕포스트’는 조 바이든 부자와 중국·우크라이나 등 해외기업들 사이의 검은 거래가 담긴 랩탑을 보도했다. 1시간이 지나지도 않아 트위터는 "허위기사"라며 신문의 계정을 차단했다. 사용자들이 기사를 퍼 나르지 못하도록 막았다. 페이스북도 그랬다. 이 무지막지함에 우파들은 경악했다. 트위터 창립자인 전 사장조차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머스크는 "진실을 보도하는 주요 언론사 계정을 막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부적절한 짓"이라 비판했다.

트위터는 10여 년간 보수들을 침묵시켰다. 우즈뿐 아니라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등 숱한 인물들의 계정을 막았다. "기적의 코비드 치료약"이라는 ‘아이버맥틴’과 ‘중국 바이러스’라는 단어만 사용해도 무조건 차단했다. 20년 대선 부정 투·개표, 백신과 마스크 효능성 의문, 성전환 남자들의 여자 스포츠 경쟁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 좌파 이념만 따르는 그들 마음대로였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라며 트위터 인수 동기를 밝혔다. 그들을 그냥 두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는 것.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이념전쟁에 뛰어들었다.

좌파들은 극렬히 저항한다. "백인우월주의가 인종차별 하는 남아공 출신 머스크가 백인들의 인종차별을 위해 트위터를 샀다"고 공격한다. "누가 머스크를 죽이겠느냐"는 온라인 선동에 서로 죽이겠다고 나선다.

백악관은 머스크의 인수 발표 1시간 뒤 그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투브 등의 검열 을 보호해 온 법률조항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제부터 머스크의 트위터는 백악관의 동지가 아니라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위터의 검열 책임자인 여자 변호사는 인수가 결정된 직후 직원회의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만약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할 경우 그녀는 바로 잘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그녀가 트위터로 받은 돈은 무려 1천7백만 달러(약 2천억 원). 보수우파를 철저하게 검열한 대가다.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혁명 영웅’이 될지는 미지수. 회의도 많다. 숱한 기행을 일삼은 불안정한 인물. 지금은 중도우파라지만 한때 사회주의자였었다. 중국 정부를 극찬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언제 마음을 바꿀지 모른다.

이념전쟁은 머리와 돈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머리 좋고 돈 많은 그의 가슴에 진정한 용기도 있는지가 승리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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