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 칼럼 글 모음집 '헌법과 운동화' 출간

"비린내 나는 삶의 현장, 그 곳의 땀과 눈물에 관한 것"
文정권 5년 '정치적 퇴행' 규정...새 정부 기대도 피력

강신업 변호사의 신간 <헌법과 운동화>.

3일, 강신업 변호사의 저서 <헌법과 운동화>가 출간됐다. 2017년 이래 법률저널에 매주 게재해 온 칼럼 ‘강신업의 법과 정치’ 글 모음집이다.

‘법과 정치’ 즉 ‘法治’를 주제로 한다. 책 제목에 저자의 가치관·신념이 녹아 있다. ‘헌법’은 법조인의 존재 기반이자 지켜야 할 이상, 그에 기반한 현실적 활동의 성실함 및 방법론이 ‘운동화’로 표현됐다. 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법조인), 그것을 治에 응용하는 사람들(정치인)에게 법리적 판단뿐만 아니라 ‘운동화 정신’이 더해져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믿음직스럽다.

저자에 따르면 "정치란 헌법과 그 정신을 현장에 구현하는 일" "비린내 나는 삶의 현장에 관한 것"이며, "그곳의 굵은 땀과 흐르는 눈물에 관한 것"이자 "운동화 신고 새벽시장을, 늦은 공사장을 누비는 일"이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 5년을 "전례 없는 정치적 퇴행이 일어난" 기간으로 본다. 매주 칼럼 쓰는 일을 저자 스스로 "구국운동" "정권교체를 위한 헌사"로 여기는 이유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민본주의와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이 5년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동력"이었다고 한다.

<헌법과 운동화>에 엮인 글들은 ‘정치’와 ‘정치인’을 다룬다. "사실태(事實態)로서의 정치·정치인, 이상태(理想態)로서의 정치·정치인에 대한 사유" "‘정치적 존재’와 ‘정치적 당위’에 대한 논고"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좁히는 일" "현재와 미래를 연결 짓는 작업"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 "흩어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 "존재에서 당위를 끌어내는 일" "당위에 맞게 존재를 개조하는 작업", 그게 정치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 말대로 "(그 모든) 양자의 틈을 줄이기 위한 다소 거창한 기획"임을 인정한대 해도, 그 정의(定義)의 정확함과 절실함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상’을 말하지만,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이상·현실의 불일치란 인간의 태생적 불완전함에서 오는 자연적 내재적 문제, 그것을 최대한 해결하려는 현실주의자적 면모를 확인하게 된다. "존재를 당위에, 현실을 이상에 맞추는 것"뿐 아니라, 때론 역으로 "당위를 존재에, 이상을 현실에 맞추는 것"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요약이 명쾌하다. "양자의 중간 어느 지점을 택하거나 양자의 차원 자체를 바꾸는 게 아니라 양자를 서로 가까이 위치시켜야 한다." 저자는 정치인을 ‘석공’ ‘목수’에 비유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깎고 다듬어 맞추는 것’을 정치인의 생업이라고 본 것이다. 신박한 비유다. 절묘한 비유는 논지의 설득력 파급력을 높인다.

저자의 글은 대한민국 정치의 ‘사실태’에 대한 논설보다 정치의 ‘이상태’를 찾아 현실에 구현해야 한다는 ‘의무론’에 방점이 찍히기도 한다. 권력의 본질과 위험성, 정치인의 자질과 자세에 관해 많은 지면이 할애된 것은 그 결과로 보인다. 위정자의 오판과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비교적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계몽적 현학적인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각오하고 있다. 전체를 관통하는 논지의 자신감과 진정성 때문일 것이다. "정치의 목적은 오로지 생민(生民)이고, 정치의 방법은 소통(疏通)"이라는 말에 모든 게 녹아 있다.

저자 역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대통령·참모 간, 대통령·언론 간, 대통령·국민 간 ‘칸막이 없는 소통’을 통해 국정목표(국민삶을 보살피는 정치의 구현)가 ‘청와대 해체’ ‘새로운 형식의 대통령 집무실’을 통해 분명해졌다는 입장이다.

저자는 대통령과 참모가 같은 건물 같은 층에서 근무하며, 그 건물 1층에 프레스센터를 둔다는 결정을 높은 평가하고 지지한다. 이 "획기적 발상", "정치의 본령을 정확히 파악한 데서 나온 담대한 구상"이 온전히 성과를 내려면 쓴소리도 필요할 것이다. 저자의 새로운 칼럼집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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