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尹 외교 책사들, 美서 대북정책 놓고 격돌
이재명 측 위성락 "이재명은 대북 유화론자 아니다...실용주의 취할 것"
윤석열 측 김성한 "비핵화 첫 단계부터 북한 달라진 태도 이끌어 내야"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2일 오후 중국 톈진(天津)의 한 호텔에서 종전선언 등을 의제로 회담을 하기위해 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정치국원이 2일 오후 중국 톈진(天津)의 한 호텔에서 종전선언 등을 의제로 회담을 하기위해 회담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정부의 ‘종전선언’ 추진 방침에 대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 후보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윤 후보측 외교안보 전문가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한 것으로, 향후 윤 후보의 대북공약에 대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와 윤 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양측 모두 단계적 비핵화는 불가피하다고 봤으나, 대북 정책에 있어 서로 다른 접근방법과 관점을 드러내며 대립했다.

위 전 대사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가 이론적으로 경도됐고 대북 유화론자라는 오해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자의 대북 정책은 단단한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노선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 후보의 대북 정책이 문재인 정부와는 다소 차별화될 것임을 의미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위 전 대사는 이어 "북한 핵문제 저변에는 상호 간 불신과 안보 딜레마, 핵 프로그램 등 많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협상은 유연한 방식으로 해야겠지만, 북한의 약속 위반이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정정당당하게 대처·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북정책 방향으로 △제재와 압박 및 인센티브 병행 △평화구축과 비핵화 프로세스 각각의 진전 및 시너지 모색 △국제사회의 협력과 남북대화의 상호 보완적 작동 △단계적 접근 등을 소개했다.

반면 김 교수는 "윤 후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지만 ‘빅딜’과 ‘스몰딜’ 중 양자택일을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지만 첫 단계부터 북한의 달라진 태도를 이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 측이 주장해온 ‘스냅백(snap-back) 방식’의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를 볼 때 북한이 신뢰를 깨더라도 제재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보이는 대가로 종전협정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반적인 평화 협정은 전쟁 종식에서 시작해 평화 유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로 넘어가는데, 문재인 정부는 왜 우리가 이 둘을 분리해야 하는지 설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양국 간 확장억제 정책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핵 운용 시스템의 배치를 협의하고 한미 간 정기 군사훈련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종전 ‘선언(decclaration)’ 대신 ‘성명(stateme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라며 "바이든 정부가 양자 사이의 균열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에 대한 한국의 참여 강화 차원에서 전략핵 시스템 배치와 관련해 한미 회담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국방장관 한미 2+2 회담은 물론이고, 외교·경제장관 2+2 회담을 여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한일 관계 회복을 전제로 2+2+2 회담도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다만 미국의 대 중국 견제 기조 속에 한미 경제 동맹의 중요성에는 원칙적 공감대를 확인했다. 이번 행사에는 최태원 SK회장을 비롯해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포함한 한미일 전현직 관료와 학계, 재계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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