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美北정상회담 ‘서프라이즈’는 없다, ‘파국’도 없다
12일 美北정상회담 ‘서프라이즈’는 없다, ‘파국’도 없다
  • 오정국 기자
  • 승인 2018.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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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회담 연장 기정사실화 하는 트럼프, 11월 중간선거 노려
등 뒤의 중국-러시아가 캥기는 김정은, 시간 벌며 묘수 찾기
12일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전경.
12일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 전경.

◇트럼프, 회담 연장 기정사실화

과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잭팟’을 이끌어낼까?

이틀 앞으로 다가 온 미북정상회담이 내놓을 결과를 두고 국제문제 분석가들의 예측이 분분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이 두 쪽 나도’ 첫 회담에서 ‘서프라이즈’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는 그가 오히려 협상 지연을 은근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CVID를 단박에 이뤄 낼 필요도 없고 회담도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끝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만남으로 협상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공표하며 회담이 연장되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 그가 가졌던 강한 스탠스와 돌직구 어조에 비춰 최근 그가 ‘유화적’으로 변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정략적인 이익이 결부되어 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분석가들 사이에선,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트럼프에게 전달한 김정은의 편지 안에는 최선희 외무 부상의 ‘모욕적인 발언’에 대한 “익스큐즈 미” 차원을 넘어 선 모종의 제의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밝힌 ‘용서’ 수준의 내용을 다시 편지에 담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 편지' 안에서 모종의 제안?

극단적인 해석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편지 안에는 ‘미국 또는 북한의 입장에서 회담을 길게 끌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가 들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상황을 북한 측 외교전략가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자.(이건 트럼프의 전략적 입장과도 같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압승 여세를 몰아 2020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에게 이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일생에 다시 안 올 ‘슈퍼 호재’다.

이런 정치 상황에서 트럼프로서는 지금 당장 눈앞에서 모든 골치 아픈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북한 측의 시각일 것이다.

분석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보좌하는 노회한 전략가들이 트럼프의 이런 점을 놓칠 리 없다고 단언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 발로 굴러 온(어쩌면 본인이 어렵게 일군) 찬스를 간과할 리 없다는 게 북한 측의 계산이라는 것이다.

양 정상이 첫 회담장 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미북정상회담을 수 차례에 걸쳐 진행하자’는 것에 이미 묵시적인 합의를 하고 있다는 심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휴양지 마라라고 리조트에 김정은을 초청할 수도 있다고 차후의 예상 일정을 넌지시 공표한 것은 이 회담이 수 개월에 걸쳐 진행될 수도 있다는 강한 ‘암시’이다.

트럼프 입장에선 이번 첫 회담은 ‘욕먹지 않을 정도’의 ‘1단계 결과물’로 만족하고, 차후-차차후 회담을 이어가며 ‘잿팟 타이밍’을 맞추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연장전은 절대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지나쳐서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석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일본의 국제외교전문가인 미야케 쿠니히코(리츠메이칸대학 교수)는 “트럼프와 김정은은 실제로 12일 회담에 안달이 나있다. 그러나 절대로 이번 첫 회담에서 큰 빅딜은 없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놀랄 필요는 없다. 원래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금 터뜨릴 필요 없는 '샴펜'

미북정상회담의 ‘샴펜’을 지금 터뜨릴 수 없듯이 회담이 지나치게 늘어져서 중간선거를 넘겨서 터트리는 것은 트럼프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들의 청사진에는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최근 어깨 뒤로 바싹 붙어 선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김정은 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부르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푸틴의 편지를 들고 급히 평양으로 날아 갔던 것은 북한에 대한 이들 두 나라의 관계가 ‘혈맹’ 이상이라는 것을 ‘광고’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이간질을 하지 말라고 미국에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 미북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비핵화 이후에 당연히 나타날 미국과 북한의 밀착 정도에 부단히 신경을 쓰고 있으며, 끊임없이 김정은 위원장의 귀에 모종의 주문을 속삭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면 이는 곧 북한의 개방을 의미한다.

‘자본’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인민들이 빵 맛을 알게 된다면 3대 세습 유일 독재체제는 급속히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삭빠른’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SOS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을 '신탁 관리' 노릴수도

차후, 북한의 비핵화가 완결될 시점에 미국은 북한을 본격적인 ‘관리’하에 두려고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때가 되면 한국 정부에도 지원을 포함한 일정한 역할분담을 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섣부른 예상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은 ‘상징적인 왕’ 자리에만 만족한다고 선언한다면 미국은 북한을 ‘신탁 관리’ 상태에 두려 할 수도 있다.

북한의 경제-사회-정치에 대한 미국의 개입 폭이 얼마나 큰가 안 큰가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의 목소리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가 일제로부터 광복을 이룬 후 곧바로 미국과 소련이 양분하는 미소공동위원회가 설치되고, 유엔의 개입도 약발이 안 먹혀 남북이 갈라지고 말았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에 의한 ‘半관리’ 상태로 한국전쟁을 맞았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관리 받는 북한’의 모양새로 미국만이 ‘아닌 미-중-소 공동위원회’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러시아, 뒤가 캥기는 김정은

김정은 위원장은 그 대로 이번 ‘싱가포르 대좌’가 한 방에 끝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두 형님들의 ‘주문’이 무엇이든 간에 트럼프 품에 안겨서 ‘뻔뻔하게’ 배반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건 당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을 끌며 묘책을 찾으려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북정상회담의 열렬한 지지자인 구스테흐 유엔 사무총장이 이번 회담 성사 여부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을 9월 유엔 총회에 초청 연설하게 하겠다는 말이 유력한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 미국 땅을 밟게 된다. 트럼프가 얘기했듯이 마라라고 리조트 회담이 열린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을 뻔질나게 드나들어야 할 것 같다.

돌고 있는 이 모든 얘기는 어쩌면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트럼프의 ‘완벽한 각본’ 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트럼프가 회담 중 자리 박찰 일 없다

9일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무기 포기에 진지한지 아닌지는 1분 이내에 알 수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진지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면 대화를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코앞에 닥쳐와도 상대의 애간장을 달아오르게 하는 ‘협박성 화법’을 즐기고 있지만, 결코 그가 이번 회담 도중에 자리를 박차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빈손으로 돌아 간 트럼프에게 미국은 언론으로 선거로 ‘철처한 비극’을 맛보게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전세계의 이목이 쏠릴 이 곳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12일 이곳에 ‘서프라이즈’는 없다. 그리고 절대로 ‘파국’도 없다.

ojungk@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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