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 4%대를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거의 5%에 이르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
3일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3월(4.1%) 4%대를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거의 5%에 이르렀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연합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은 터라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긴급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4월 물가 상승률은 외식 등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석유류와 가공식품의 가격 오름폭 확대, 전기 및 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전월의 4.1%를 상회하는 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달 물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고, 앞으로도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휘발유, 식료품, 외식 등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커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만큼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부총재보의 언급처럼 당장의 물가 급등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 상승 기대 심리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로 2013년 4월의 3.1%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예상하는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인데, 이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 주체들은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 인상 압력도 커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는 금융통화위원회 역시 지난달에 이어 오는 26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다시 한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는 신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위원장으로서 처음 주재하게 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5일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융통화위원들과 논의하겠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끌어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어느 정도 경제 성장 둔화를 감수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지난 2020년 3분기 이후 7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4분기의 1.2%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0.5%), 설비투자(-4.0%), 건설투자(-2.4%) 등이 모두 뒷걸음친 가운데 유일하게 수출(4.1%)만 늘면서 힘겹게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2분기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성장률 둔화 등의 영향으로 수출까지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오는 26일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낮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자칫 빠른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고민 역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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