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세월호 오찬? 정신 없는 文 대통령
현충일에 세월호 오찬? 정신 없는 文 대통령
  • 서명구 박사
  • 승인 2018.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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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6일 청와대로 초청된 세월호 유족들을 껴안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국가는 한시적 기구가 아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영속적인 기구다. 그 구성원은 체험을 공유하고 집단의식을 갖고 있는 존재로서, 지금 살고 있는 국민뿐 아니라 과거에 살았던 국민까지 포괄한다. 따라서 국가는 자신이 겪어온 역사를 끊임없이 다음 세대에 전달하여 구성원의 정체성을 심어준다.

나아가 "조국을 위해 죽는다는 것은 감미롭고 영예롭다(Dulce et decorum est pro patria mori)"는 격언이 말해주는 바와 같이, 공동체의 건설과 유지 발전에 생명을 바치고 헌신해온 이들을 기려서 애국심을 높인다.

이렇게 국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존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동체 기억의 내용, 다시 말해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기릴 것인가가 핵심적 과제가 된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러한 집단기억을 전수하고, 국가 공동체의 가치를 정립하는 데 여기저기에서 커다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충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수립과 수호 발전을 위해 생명을 바치거나 커다란 공적을 남긴 이들을 기리는 날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국가적 현창과 보훈의 대상이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국가 공동체의 정체성과 무관한 이들이 끼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집단 기억의 변질, 즉 국가 공동체의 변질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공동체 정체성과 무관한 이가 현충일 끼어들어

독립투쟁 유공자를 현창하고 보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근래에는 여기에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다가 희생된 이들이 많이 포함되었고 이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따져보아야 할 것이 있다. 이들이 세우려고 투쟁한 나라, 민주화 이후 지향하는 나라가 어떤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묻지 않기 때문에 국민적 집단 기억 다시 말해 국가적 정체성에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문대통령은 지난 63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에서 심지어 국가 공동체의 기억과 무관한 의사상자 묘역을 둘러보고 이를 현창하는가 하면, 오찬 간담회에서는 세월호 유족과 군의문사 관련 가족들을 초치, 위로하였다. 의사상자는 훌륭한 이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은 국가보다는 해당 지역 사회 혹은 시민 사회의 현창 대상이다. 세월호 희생자들 만해도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적 현창이나 보훈의 대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군의문사 관련 대상자들도 국가 배상 혹은 보상 대상일 뿐이다.

최근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추진하였던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하여 공식 사과했다.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전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은 행정부의 정책적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 아닌지는 국사편찬위원장이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부당한 지시’로 단정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함으로써 잘못된 정책 추진의 공범자가 되었다”고 단언하고 사과한 것 자체가 국법을 무시한 월권적 정치행위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의 사과

조위원장은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학계와 시민단체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의 반대하였던 정책이었고, 현대 민주사회에서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할 수 없다는 역사학계의 일반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물론 당시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당시 정부의 정책이 잘못이었다는 이유는 될 수 없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옳은 지적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의 역할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역사 해석을 독점할 수 없고, 왜곡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학계의 일반 상식이라는 주장은 틀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 국정화는 정부가 역사해석을 독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최소한의 공통 기억을 넘겨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남북한이 대립되어 아직도 냉전의 그늘 하에 있는 우리로서는 최소한의 공통 기억의 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당시 정부의 판단이 그르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역사 왜곡이라고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 지우기’ 같은 것이야말로 오늘날 세계 학계의 학문적 성과와 어긋나는 대표적 사례다. 또한 대한민국의 유일 합법정부 부인, 북한세습 체제에 대한 누락이야말로 문명 세계 상식에서 벗어난 역사 왜곡의 전형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국정화가 불가피하게 추진되었던 것이다.

근대 국민국가는 인간의 권리라는 보편적 가치 구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근대국가를 수립하고 수호 발전시켜왔고, 지난했던 역사의 과정을 후세들에게 가르치고 또 이를 위해 헌신해 온 이들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역사를 변질시키려는 움직임이다. 대한민국 역사의 부정적인 측면을 들추면서 이를 깎아내리는가 하면, 심지어 사회가 국가를 대신할 수 있는 것처럼 부추기면서 국가 자체의 가치와 역할을 평가절하하고 부정하고 있다. 모두가 집단기억의 왜곡 변질,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변질을 기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서명구 박사는?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성신여대 박사

- 대통령 정책조사비서관, 국회의장 기획비서관 역임

- 現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smg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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