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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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해, 핵무기를 전쟁 방지용으로만 ‘속박’하지 않고 ‘국가 근본이익 침탈’시도가 있을 때 사용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 선언은 전쟁 억제력 차원에서 핵을 보유한다는 기존의 주장에서 공세적인 핵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란 분석이다. 이 연설에 나타난 김정은의 진정한 속셈이 무엇인가, 의심을 품어야 한다. 적들, 특히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말인가?

김정은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이전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김정은은 윤 당선인이 미군과 한국군간의 합동 육·해·공 훈련을 재개할 경우 닥칠 참혹한 결과를 상기시켜 협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윤 당선인과 그의 최측근 참모들에게, 미국에 협력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할지도 모른다.

또 한편으로 북한은 7번째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6번째였던 가장 최근의 실험이 2017년 9월에 있었다. 김정은은 핵 보유능력 증강의 필요성에 대해 과도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럼으로써 미국·한국 ·일본에게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증진시키고 핵탄두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이 허세를 부리는 원인은 또 있다. 바로 미국 지도자들로 하여금 다시 협상무드로 돌아서도록 하는 것이다. 워싱턴의 북한전문가들과 분석가들, 더 나아가 대학 연구진들로 하여금 협상만이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유일한 방법인양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인들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세계인들이 북한의 약속에 속아왔는지, 애처로움을 금할 수 없다.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미국 협상가들은 유화정책을 적용하자, 반북성명을 중단하자, 북한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을 해주자고 말해왔다. 북한에게 유용한 멍청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실패한 회담, 답변이 오지 않은 메시지, 만들어지자마자 파기된 협의서 등에 대해 되돌아보기를 거부한다. 이들은 "나쁜 거래일지라도 아예 거래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다시 시도해 보자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김정은은 뒤에서 핵과 미사일 실험을 진행해 왔다.

윤 당선인은 이처럼 어리석은 판단에 빠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새 정부의 외무부장관 박진 후보는 다양한 문제들은 다년간 다루어왔던 전문가이다. 그는 받아들이지도 않을 약속을 북한에게 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조언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새 정부 정책의 일부에는 북한의 협박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요인도 있기에 걱정이 된다. 새 정부도 김정은이 강경노선을 재개할 것이라는 선동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미국과의 동맹 강도를 약화시키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절대로 이러한 고압적인 정치선동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비록 북한이 다음 핵실험은 실제상황이 될 것이라 암시할지라도, 문 정권처럼 겁먹고 부들부들 떨 필요는 없다. 미사일은 물론 핵실험으로 인해 고통 받을 쪽은 북한이다. 김정은이 엄청난 자산을 핵무기에 쏟아 붓는 동안 평양 바깥은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윤 당선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할 필요도 없이, 그저 더 많은 더 고도화된 군사훈련을 진행하면 될 일이다. 북한 측의 행동은 김정은의 선택에 맡기면 된다.

윤 당선인은 김정은의 얼빠진 말들에도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 혹은 윤 당선인의 특별한 화법으로,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거나 포기하는 실질적 절차를 밟지 않는다면 양보는 절대 없다고 말해주면 될 것이다. 당연히 김정은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새 정부의 메시지에 무반응일지도 모른다. 서울과 평양 간 혼란스러운 메시지들이 오고갈 것이라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김정은이 윤 당선인의 의지에 대해 거부할 때는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게임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무력 사용은 김정은의 전유물이 아니다. 새 정권이 서울에, 대한민국에 자리잡을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자신의 게임이 단순한 컴퓨터 게임인양 생각하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김정은은 북한 아닌 남한도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비록 핵무력 사용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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