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 후반으로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데다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전기요금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이는 2008년 10월의 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대로 올라선 뒤 5개월 간 3%대를 유지했다. 올해 3월에는 4.1%로 4%대에 진입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4%대 후반으로까지 뛴 것이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가 견인했다. 석유류(34.4%)와 가공식품(7.2%)을 비롯한 공업제품이 7.8% 올랐고,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2.70%포인트에 달했다.

지난달 오름세가 주춤했던 농축수산물도 축산물(7.1%)을 중심으로 1.9% 올랐다.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에 따라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6.8%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개인서비스가 4.5%, 공공서비스가 0.7%, 집세가 2.0% 오르면서 3.2% 올랐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은 6.6% 올라 1998년 4월의 7.0% 이후 최고였던 지난달과 같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6% 올랐다. 2011년 12월의 3.6%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도 5.7%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의 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일 이 같은 고물가가 고금리, 고환율과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시대’로 인해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고물가와 고금리는 소비 위축과 가계 및 기업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져 내수 경기에 부정적이며,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힐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경제연구원은 3고 현상 지속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슬로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이 침체하지만 물가가 치솟는 상태, 슬로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한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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