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객과의 B2B에 치중했던 국내 철강업계 빅3가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업체와 개인 고객을 아우르는 B2C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
대기업 고객과의 B2B에 치중했던 국내 철강업계 빅3가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업체와 개인 고객을 아우르는 B2C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코

대면 비즈니스 중심의 전통적 제조업에 속하는 철강업계에 ‘이커머스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산업에 확산된 온택트 트렌드가 철강시장에도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철강업체들이 앞다퉈 이커머스 플랫폼 구축과 활성화에 적극 나서면서 올해는 철강시장에 온라인 유통문화가 대세로 정착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사들이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B2B(기업간 거래)에 치중했던 판매구조를 탈피해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그동안 철강업계는 대면 영업이 필수인 대형 조선소나 완성차 업체, 건설사가 주요 고객이었기 때문에 온라인 활용도가 극히 낮은 대표적 업종이었다. 거의 모든 거래는 대면 상담을 통해 가격을 조율한 뒤 문서로 된 견적서와 발주서를 주고받는 형태로 이뤄졌다. 일부 기업이 구축한 온라인 시스템도 쓰임새는 기존 B2B 고객의 편의를 돕는 보조수단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은 코로나19로 반전됐다. 오랜 기간 비대면 영업이 강제되면서 온라인 의존도가 커졌고, 고객들은 상담과 견적·주문은 물론 배송·물류·결제까지 온라인 시스템으로 일괄 처리하는데 익숙해졌다.

철강사들은 이를 변화의 기회로 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하면 인력과 시간을 아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거래 문턱을 낮춰 중소업체와 개인 고객의 포용도 가능해진다"며 "대형 철강사 입장에서 B2B 중심의 사업 영토를 B2C로 확장할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가장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곳은 철강업계 1위 포스코다. 포스코는 지난달 7일 계열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철강재 전문 온라인 판매법인 ‘이스틸포유(eSteel4U)’를 설립하고 중소 B2C 고객과의 직거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스틸포유는 단순 판매를 넘어 금융·물류를 아우른 통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강재의 종류와 치수·수량에 맞춰 다품종 소량 구매가 가능하며, 거래대금을 일시 납부하지 않고 일정액의 선수금만 내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한 비교 견적을 위한 실시간 매물정보도 제공한다. 올해 거래 목표는 20만톤 규모다.

동국제강도 이커머스 기반 철강 판매 대세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5월 ‘스틸샵’을 론칭한 이래 전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목표로 후판·봉강·현강·냉연 등 취급 제품군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말 주력 제품인 냉연 도금재에 이어 지난달에는 국내 철강사 중 처음으로 코일 철근을 판매 목록에 올리며 봉형강으로 외연을 키웠다.

또한 포스코와의 차별화를 위해 중소 건설현장 맞춤형 물류 서비스도 내놓았다. 대형 건설현장보다 진출입로가 협소하다는 점에 착안해 일반적인 25톤 트럭 대신 10톤 트럭을 투입해 소량·소운반 서비스를 지원한다. 별도의 스틸샵 전용 앱 개발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동국제강과 함께 철강 ‘빅3’에 드는 현대제철 역시 고객 편의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무기로써 온라인 플랫폼을 정조준하고 있다. 연내 론칭을 목표로 최근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마스터플랜 수립에 착수했다. 후발주자지만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선보여 현대중공업, 현대차·기아, 현대건설 등 범 현대가(家)에 집중된 매출 비중을 다각화하고 수익성과 자생력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빅3의 이 같은 행보는 철강 거래의 온라인화로 나아가는 세계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실제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인 중국은 이미 2015년 온라인 거래량이 7000만톤에 달했고, 지금은 3억톤 수준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유럽도 아르셀로미탈·타타스틸 등 메이저 철강사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에 힘을 쏟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의 경우 프랑스·독일·벨기에·네덜란드·이탈리아·스페인에서 ‘e-스틸’ 플랫폼을 운용 중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철강 빅3의 적극적 참여로 올해 국내에도 철강 거래의 온라인 시대가 본격 개화할 것"이라며 "중소 철강사의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잇따르고 있어 철강재의 온라인 거래 규모는 지금의 수십만톤에서 수년 내 수백만톤으로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