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달 중순 주민투표 조작을 통해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병합할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관측이 나왔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이클 카펜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재 미국 대사는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여러 보고로 보건대, 러시아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병합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펜터 대사는 "러시아가 5월 중순 (러시아 연방 가입을 묻는) 주민투표를 획책할 계획"이라며 러시아의 투표조작을 내다봤다. DPR과 LPR은 러시아 친화적인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다수가 러시아어를 쓴다. 이 지역 주민을 보호하다는 게 ‘특별군사작전’을 내세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이었다.

러시아어 인터넷 언론매체 ‘메두자’역시 러시아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오는 14∼15일 러시아가 이 두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카펜터 대사는 러시아에 의해 남부 헤르손도 같은 방식으로 병합될 것으로 미국이 보고 있음을 밝혔다.

러시아는 헤르손 장악 후 루블화를 사용하도록 했다. 2014년엔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현지 주민투표를 실시, 96% 이상 찬성 결과를 근거로 병합에 성공했다. 같은 방법을 쓸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는 남부 마리우폴을 사실상 점령했다.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잇는 육로를 확보한 뒤, 우크라이나의 흑해 진출로를 봉쇄할 목적으로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産 석유 금수조치를 준비 중인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아프리카국들과 협력해 러시아 의존도를 금년 내 3분의 2가량 줄이는 게 EU의 목표다. EU는 또 가스 대금의 루블화 지급이 제재 위반이라면서도, 헝가리의 사정을 참작해 줄 분위기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면담에서 나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발언이 알려지기도 했다. "러시아가 5월 9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계획이다."

駐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은 이달 말까지 수도 키이우로 돌아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열흘 전 키이우의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 인력을 폴란드로 철수시킨 지 2개월 반 만이다.

2019년 5월, 당시 바이든 일가의 우크라이나 커넥션을 문제 삼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리 요바노비치 대사를 소환한 이래 3년 째 공석이던 우크라이나 대사 자리엔, 브리지트 브링크 현 슬로바키아 대사가 지난달 25일 지명됐다. 헝가리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을 르비우에서 키이우로 복귀시켰다.

한편 지난달 1일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접경 도시 벨고로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러시아 본토에서 약 10여 차례 ‘의문의’ 화재 또는 폭발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 인정하진 않으면서 개입 가능성만 시사하고 있다. ‘전략적 모호성’의 유지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쓰였을 경우 그 책임을 묻는 러시아에 의해 유럽 전반으로 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