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이닝 11K 무실점 시즌 3승...타석에선 4타수 2안타 1타점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EPA=연합
오타니 쇼헤이의 타격. /EPA=연합

투수로 임무를 마치고 지명타자로 이동한 오타니 쇼헤이(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8회 무사 만루에서 밀어친 타구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시속 167㎞짜리 타구는 그린 몬스터(펜웨이 파크 좌측 담장)를 강타했고, 그 충격에 점수판에 걸려 있는 오타니의 등번호 ‘17번’이 떨어지고 말았다.

100여 년 전 원조 ‘이도류’ 선수인 베이브 루스가 활약하던 성지에서 오타니가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오타니는 6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2022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보스턴 레드삭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출전했다.

펜웨이 파크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한 선수가 1번부터 4번 타순에 배치된 건 1919년 9월 20일 베이브 루스 이후 103년 만이다.

마운드에서 오타니는 최고 시속 161㎞ 강속구를 앞세워 보스턴 타선을 7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잠재우고 시즌 3승(2패)째를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4.19에서 3.08로 내려갔다.

7회 투아웃에서는 보스턴 1번 타자 트레버 스토리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11번째 삼진을 잡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오타니는 타자로는 4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멀티히트 경기를 펼쳐 타율을 0.240으로 끌어 올렸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가운데 펜스를 맞히는 타구로 첫 안타를 신고한 뒤 8회 다시 그린 몬스터를 때릴 정도로 타구의 질도 좋았다.

오타니는 경기 후 "가장 좋아하는 야구장 가운데 한 곳에서 던지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며 "좋은 경기를 펼치게 돼 기쁘다"고 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오타니의 활약은 상대 팀 선수까지 할 말을 잃게 했다.

보스턴 왼손 투수 리치 힐(42)은 "오타니가 리그 최고의 선수라는 건 누구나 만장일치로 동의할 부분"이라며 "지난 100년 동안 보지 못했고, 앞으로 100년은 다시 못 볼 장면이기에 지금 오타니를 보고 있는 우리는 정말로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타니의 활약 속에 에인절스는 8-0으로 완승하고 2연승과 함께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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