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킴과 그의 앵무새 '찰리'. /연합
포 킴과 그의 앵무새 '찰리'. /연합

미국 뉴욕 화단에서 60년 동안 활동했던 1세대 재미 화가 포 킴(본명 김보현·1917∼2014))의 후기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에서 6일 개막한 '지상의 낙원을 그리다' 전시는 포 킴이 198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까지 제작한 회화 23점을 선보인다.

1960년대 뉴욕에서 아그네스 마틴, 쿠사마 야요이, 로버트 인디애나 등 세계적 작가들과 교류했던 포 킴의 작품 세계는 시기에 따라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조선대 미술대학 초대 학과장을 지냈던 작가는 1955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으로 초청받아 미국으로 건너갔으며 60년대까지 추상표현주의 회화에 몰두했다.

뉴욕으로 옮긴 작가는 두 번째 부인 실비아 올드를 만난 이후인 1970년대에 정물화를 그리며 사실주의로 돌아갔다.

묵시적 수행에 가까운 극사실의 드로잉에 매진하던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대형 캔버스 작업을 시작했다. 엄격한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사람과 동식물의 형상을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그려내 화폭 위에 낙원을 펼쳐내기 시작했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따스한 섬'(1998)에는 사람과 말, 새, 야자수 등이 등장한다. 난색 계열의 아크릴 물감은 캔버스 위에 속도감 있게 붓질 돼 섬 풍경은 자유와 해방을 상징하는 듯하다.

포 킴은 뉴욕의 자택에서 새 20여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찰리라는 이름을 붙인 앵무새를 사랑했던 작가의 작품에는 새가 자주 등장한다. 전시작 '날아가는 새와 물고기'(2006)에도 새와 물고기가 자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92세 때인 2009년에 그린 '물 밑의 빨강'과 '소녀와 별'은 테이프와 색종이 등의 재료를 아크릴화 위에 콜라주한 작품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작가는 94세 때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막연히 아름답다고 느끼는 진실이랄까, 그것이 뭔지 모르니까 죽을 때까지 찾고 찾다가 도달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든 뭐든 잊어버리고 오히려 환상적이고 꿈나라 같은 것"을 그리고 싶었다는 작가는 2014년 세상을 뜨기 전까지 낙원을 동경하며 붓을 놓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작가와 교류한 것을 계기로 현재 '실비아 올드 & 포 킴 재단'을 이끄는 조영 이사장은 "작품의 세계를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아르카디아라는 세상의 낙원을 표현하고 그리려고 끝없이 추구하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전시는 6월 12일까지. 학고재 오룸(online.hakgojae.com)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