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합
제롬 파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 또한 상승해 여타 국가에서는 통화 약세, 이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과 해외 투자금 이탈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 연준은 지난 4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현재 0.25~0.5%인 기준금리를 0.75∼1.0%로 0.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22년 만의 빅스텝인데, 제롬 파월 의장은 추가 빅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언급 등을 바탕으로 미 연준이 5, 6, 7월 세 차례 빅스텝 이후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2023년 2분기 최종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3.0∼3.25%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과 별개로 9조 달러(약 1경1340조원)에 달하는 양적긴축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공급했던 유동성을 다시 흡수하기 위해 보유자산을 내다 판다는 의미다.

이 같은 미 연준의 행보에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금리 인상폭을 키우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 5일 기준금리를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로 22년 만에 0.5%포인트 올렸으며, 뉴질랜드 중앙은행 역시 2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종전 1.0%에서 1.5%로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미 연준의 긴축 속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 5%대에 근접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도 연내 최소 세 차례 정도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세 차례만 0.25%포인트씩 올려도 현재 1.5%인 기준금리는 2.25%로 0.75%포인트 높아진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은행 등 금융기관의 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대출금리 역시 밀어올릴 수밖에 없다. 8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76.1%인데,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도 같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만 올라도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3조3404억원이나 불어난다.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린 뒤 같은 해 11월, 올해 1월과 4월에 이어 연말까지 세 차례 더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1년 5개월 간 늘어나는 이자부담만 23조382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경기 상황, 가계부채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이 미 연준만큼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운 만큼 양국 간 금리가 역전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역전이 현실화되면 원화가치 급락과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자금 유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물경제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였다.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수출이 경제 성장을 떠받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되면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질 수 있다.

이미 수출 전선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장기화 등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상대국인 중국과 EU 등의 경제 성장이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2.6% 늘어났지만 2월의 20.7%와 3월의 18.2%보다 증가율이 둔화됐다. 중국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3.4% 감소했다.

치솟는 물가 탓에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도 어렵다. 4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올라 2008년 10월의 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침체(Recession) , 즉 ‘R의 공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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