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재
김원재

여성계와 페미단체, 그리고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한국의 밤길이 여성에게 위험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걸그룹 시크릿 멤버인 전효성도 지난해 여성가족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오늘도 내가 안전하게 살아서 잘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을 근거삼아 지자체는 수년 전부터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여성이 지자체에 신청할 경우, 무사히 귀가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고용한 스카우트가 직접 여성을 집까지 데려다주는 것을 주업무로 한다.

대충 보면 ‘여성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건데 좋은 사업 아냐?’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그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

먼저 이 사업에서 남성을 배제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문제다. 검찰청에서 발행한 ‘2020년 범죄 분석’을 살펴보면, 강간과 강제추행 같은 성범죄는 여성 피해자 수가 남성 피해자보다 많았지만 강도와 살인 같은 강력범죄 경우 오히려 남성 피해자의 수가 여성 피해자보다 많았다.

살인과 강간 중 어떤 범죄가 더 중한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목숨과 직결되는 살인범죄의 피해자가 남성이 더 많음에도 ‘안심귀가 서비스’ 대상에서 남성을 제외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이 사업이 ‘남성에 대한 차별’로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청자격을 ‘여성 및 청소년’으로 한정하여 이들만큼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남성 노인’들은 보호대상에서 배제시키는 허술함도 보였다. 남자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힘이 강하니까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억지변명을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남성 노인을 보호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사업의 효과 또한 불분명하다. 최근 5년간 살인, 강간 등을 포함한 5대 범죄 발생건수를 분석해보면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이용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5대 범죄 발생건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강간과 강제추행 발생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강간이나 강제추행 같은 은밀한 속성을 가진 성범죄는 CCTV가 설치된 도로와 골목길 같은 공개 장소보다는 건물 내부같은 밀폐된 장소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을 생각할 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는 필요한 일부 사람들은 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정작 이용하는 사람도 별 효과를 못 봤다. 이 사업이 ‘페미들의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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