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5월2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 대통령 방한이 먼저 성사된 것은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의 김영삼 대통령 예방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한반도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지난 25일, ‘조선인민군창건90주년 심야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이익이 근본적으로 침탈될 경우 핵 선제 타격을 할 수도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북한 제재는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실효성을 갖기 힘들다.

김정은의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적 인플레이션 등 지구촌은 급변기를 맞았다. 지난 정부의 실책을 바로잡고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지혜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한미포괄적전략동맹’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양국 간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동아시아 핵심 동맹인 한일 및 한미일 3자간 협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 목적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체제 다지기일 터이다. 우리의 외교는 대중국 견제도 과제지만, 그보다 북한 도발 억지력에 선택과 집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북한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일 관계를 복원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권 하에 ‘김정은 떠받들기 정책’과 트럼프의 ‘주목 끌기 개인기’로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 소외되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임 1주년을 축하한다는 한글문구를 케이크에 새겨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자 문재인은 단것을 잘 먹지 못한다면서 케이크를 먹지 않았고 그 사실은 즉시 일본에 타전되었다. 일본정부는 한국에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고, 지소미아 파기를 들고 나왔으나 우여곡절 끝에 봉합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줄곧 일본과 각을 세웠다.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일본 때리기’에 앞장서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자 손해배상 등 켸켸묵은 민족감정을 건드렸다. ‘토착왜구’ 프레임을 씌워 한일관계 개선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학자들을 매도했다. 한마디로 문재인은 한국의 반일감정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 이처럼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한일문제 해법은 일본 우익세력의 좋은 먹잇감 되고 말았다. 일본 우익은 ‘문파’들과 같은 세력으로 틈만 나면 ‘한국 때리기’에 나선다. 그리하여 작금 한일 양국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모두 걸고 관계개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양국에 걸쳐 이런 정치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 도발 억지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미일 3자간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이다. 이 녹록치 않은 과제를 좀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방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이다. 대통령이 된 후 첫 방문 국으로 일본을 선택한다면 일본은 그 성의에 감동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를 먼저 찾아갈 것이냐 하는 난제를 비껴갈 수도 있다. 일본을 미국보다도 먼저 찾으니, 중국도 자국을 무시했다 여기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한미일 관계가 개선되면 정부의 대북정책에 탄력성과 다소간 여유가 생긴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 그것은 새 정부가 친일 프레임이 덧씌워질 것을 염려한 나머지 문재인 정부처럼 ‘일본 때리기’로 돌아설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에 친일과 친한은 인기가 없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 앞서 말했듯 양국 정치인들은 정치적 자산 모두를 걸지 않고서는 한일 관계개선에 나설 수 없다. 윤석열의 대선 출마선언 장소가 윤봉길 의사 기념관이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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