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의 역사

이승만, 경무대 일부 공개...'김신조 사건' 이후에 '전면 차단'
박근혜 탄핵 거치며 구중궁궐 이미지...문재인도 이전 공약

20대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8일 청와대 개방축제의 책임을 맡은 임종두 청와대개방축제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이 무대가 설치될 청와대 사랑방분수대 앞에서 축제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20대 대통령 취임을 이틀 앞둔 8일 청와대 개방축제의 책임을 맡은 임종두 청와대개방축제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이 무대가 설치될 청와대 사랑방분수대 앞에서 축제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청와대의 원래 이름은 ‘경무대’(景武臺), 무예를 펼치고 구경하던 경복궁 후원의 공터였다. 일제시대 조선 총독 관저였다가 해방 후 미군정사령관 관저로 쓰였고, 1948년 이승만 초대대통령이 집무실로 이양받은 이래 대한민국 대통령궁이었다. 윤보선 제4대 대통령 때 경무대 본관의 청(靑)기와(瓦) 지붕에 착안해 개칭, 영문명 ‘블루하우스’로 불려왔다. 현재 본관을 신축한 것은 노태우 제13대 대통령 때 일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4월 벚꽃 만발한 시기 2~3일간 경무대 경내 일부를 일반에 공개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향락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절, 경무대는 상춘객에게 반가운 곳이었다. 1955년 4월엔 시민 방문자수가 6만여 명에 달했다고 한다. 대다수가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사람들이었다. 박정희 대통령 때도 청와대 개방은 연례 행사로 지켜졌다. 경내를 이동하던 대통령이 일반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일도 흔했다.

청와대 개방이 중단된 것은 1968년 북한 무장공비가 청와대 뒷산까지 침투한 ‘1·21사태(김신조 사건)’ 때문이었다. 청와대 앞길 및 주변도로가 전면 차단되는가 하면, 인왕산·북악산 역시 순차적으로 출입이 금지됐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일반인의 청와대 출입은 취임식 등 특별한 행사 때 아니면 불가능해졌다.

청와대 개방이 선거공약이 된 것은 1988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다. 노태우 대통령 당선 직후 일반인 첫손님으로 충북 음성군의 나환자 300여 명이 영빈관에 초청됐고, 시민 1300여 명도 청와대를 방문했다. 이듬해 2월 취임 1주년을 기념해 5일간 청와대를 개방해 전국 각지에서 5000여 명이 다녀간다.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 앞 팔판로를 개방했다. 1·21 사태로 설치된 청와대 앞 바리케이드 철거와 청와대 앞길 전면개방이 실현됐고, 인왕산 등산로의 일반인 출입도 허용된다. 노 대통령 때 시작된 청와대 관람 범위를 넓히는 한편, 청와대 외곽 궁정동 안가 자리에 시민들을 위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다. ‘효자동 사랑방’도 열어 역대 대통령들이 해외 국빈들에게 받은 선물을 전시하는 등 청와대와 시민들의 접점을 늘려 나간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첫해 1998년 청와대 경내 관람 대상을 단체에서 개인 및 외국인까지 허용했다(첫 해 시민 방문객 20만 명 이상).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들어 관람 범위가 더 확대된다(본관을 경유해 녹지원까지). 2006년 9월 경복궁의 북문 ‘신무문’이 38년 만에 개방, 이듬해 4월 약 40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던 청와대 뒤 북악산 등산로까지 열렸다. "혼자 보기 좀 미안한 것 같더라." 노 대통령의 소회가 전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효자동 사랑방’을 확대, 개축해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관광홍보관 ‘청와대사랑채’를 열었고, 청와대 앞까지 시내버스 노선을 운행해 접근성을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 때인 2013년 5월엔 사랑채 2층 청와대관에 대통령의 애장품 전시해 볼거리를 늘리고 사진촬영 등 체험코너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른바 ‘탄핵 사태’를 거치며 청와대의 ‘구중궁궐’ 이미지가 부각됐고, 2017년 대선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선거공약으로 떠오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空約이 됐지만, 취임 직후 청와대 앞길의 통행은 전면 개방된다. 1968년 1·21사태 이후 50년 만이다. 2020년 11월 북악산 북측면이 열렸고, 최근 청와대 건물 뒤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남측 면까지 일반인이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대통령 취임식이 마무리되는 정오에 맞춰 청와대까지 전면 개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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