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피는 전쟁 승인하거나 침묵한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해 온 요안 부르딘 러시아정교회 신부의 AFP통신과의 인터뷰 모습.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해 온 요안 부르딘 러시아정교회 신부의 AFP통신과의 인터뷰 모습. /유튜브 캡처

“우크라이나 주민의 피는 이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뿐만 아니라 러시아 통치자들의 손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피는 전쟁을 승인하거나 침묵한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다음 날인 지난 2월 25일, 침략을 비판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냈던 러시아 정교회 게오르기 에델슈타인(Georgy Edelshtein) 신부와 부르딘(Ioann Burdin) 신부 등은 최근 러시아 정부로부터 벌금형에 이어 징역형까지 받을 위기에 처했다.

9일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부르딘 신부는 지난 3월 10일 러시아 크라스노셀스키 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400불 이상의 벌금을 부과당했다. 또한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범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부르딘 신부는 4월 초부터 사역에서 물러난 상태로 현재 러시아 정교회 잔류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에델슈타인 신부도 예배를 드리는 것은 허용됐지만 사실상 교회에서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그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과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 에델슈타인 신부는 지난달 30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침략자, 우크라이나는 침략의 희생자”라며 “제가 나쁜 신부가 된 것 같아 두렵다. 저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 적은 없지만, 땅을 빼앗는 전쟁이나 공격적인 전쟁에는 항상 반대했다”고 말했다.

부르딘 신부도FP와의 인터뷰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하나님의 나머지 십계명과 같이 나에게 있어 절대적”이라며 “어떤 내용을 넣거나 왜곡하거나 제한해도 다른 해석이 있을 수는 없다”고 전했다.

부르딘 신부는 최근 그리스도부활교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가져온 인명 피해에 대해 설교한 뒤, 행정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권보호단체에 따르면 경찰은 부르딘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러시아군과 민간인 공격을 언급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두 신부는 지난 2월 25일 냈던 서한에서는 “우크라이나 주민의 피는 이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뿐만 아니라 러시아 통치자들의 손에 남아 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피는 전쟁을 승인하거나 침묵한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전하기도 했었다. 이 서한은 부르딘 신부가 사역한 카라바노보시 소재 그리스도부활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됐다가 삭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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