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박상후

"바로 정면에서 들은 대로 되돌려준 타루미 히데오 주중대사(眞正面から言い返す垂秀夫駐中大使)"

"타이완 유사시는 일본의 유사시, 즉 미일동맹의 유사시이기도 하다"란 아베 신조 전 일본총리의 발언에 분노한 중국외교부 대변인이 주중일본대사 타루미 히데오를 초치해 항의하자 이에 의연히 반박했다는 뉴스를 전한 12월 3일자 일본 석간후지의 헤드라인이다.

그는 "정부를 떠난 분의 발언에 일일이 설명할 입장에 있지 않다. 일본국내에 이런 여론도 있다는 것을 중국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TBS의 인기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에 나오는 당한 만큼 갚아 준다(やられたらやり返す)란 명대사와 타루미 히데오 대사를 칭송한 헤드라인의 문장구조는 너무나도 유사하다. 외교전쟁의 최일선에 선 대사가 상대국의 부당한 항의에 대해 무사처럼 바로 정면에서 승부를 봤다고 해서 마쇼오멘(眞正面)이란 표현을 사용했는데 가뜩이나 혐중정서가 강한 일본인들이 얼마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까.

흔히 한국기자들은 ‘면전에서’란 기괴한 봉건유교식의 표현을 사용한다. ‘면전에서’란 말은 마주하고 있는 이가 일단 신분상 높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우리나라 사극에서 "어느 안전(顔前)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게야"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이에 반해 마쇼오멘까라(眞正面から)라는 표현은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방이 더 이상 선을 넘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진검승부를 하는 사무라이의 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외무성 최고의 중국전문가로 1년에 300회 이상 현지인들과 식사를 했다는 타루미 히데오 대사는 중국이 가장 경계하고 두려워한 외교관이었다고 한다. 대사로 부임하면서 "자신을 키운 것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국가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일성을 남겼던 그를 보유한 일본이 너무나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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