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 본사에서 입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1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현대중공업 노조가 울산 본사에서 입금협상 결렬을 이유로 1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친노동 일변도 정책으로 세를 키운 강성노조들이 잇달아 춘투(春鬪)에 나서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계에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 새 정부와 힘을 합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불안, 국제 원자잿값 폭등 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할 기업들이 노조라는 암초에 걸려 경영시계가 거꾸로 흘러갈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기반 ‘Y노믹스’의 실현을 위해서는 파업만능주의에 빠진 후진적 노사문화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임금협상 불발로 시작된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이 13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현대중공업의 피해는 막심하다. 노조가 울산조선소 내에 농성 천막을 설치하며 물류를 막는 불법 업무방해를 자행하면서 손실 추정액이 이미 1000억원에 이른다. 생산차질에 따른 협력사의 피해액도 수백억원을 넘어섰다.

조선업계는 이 같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을 예견된 결과라고 말한다. 지난해 12월 강성 노선의 정병천 후보가 24대 지부장에 당선되며 강경투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조는 지난 3월 사측과의 단체교섭에 합의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 부결을 이유로 합의를 뒤집고 파업에 돌입했음에도 파업의 원인이 사측에 있다는 ‘억까(억지 비난)’를 시전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강성노조의 탐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임협 타결 후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기본급 200%+770만원) 지급까지 마쳤지만 현대차·기아가 올 3~4월 400만원의 특별공로금을 지급하자 계열사인 자신들도 동등한 특별공로금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2일부터는 당진제철소 사장실과 5개 공장의 공장장실 등을 불법 점거하고 농성 중에 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게임회사 웹젠의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고 현대차·기아·한국타이어 등 강성노조가 득세한 기업들 역시 임협에 가시밭길이 예상되면서 파업리스크가 어느 때 보다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일례로 현대차는 과거 2년 연속 파업을 이끌었던 강성 계파 소속 안현호 노조위원장이 ‘노사 협조주의 청산’을 공공연히 외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노조원 수가 전 직원의 5.3%에 불과한 4개 사내 노조 공동교섭단이 연봉 1000만원 인상, 매년 1억원 이상(영업이익 25%)의 성과급 지급 등 도를 넘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한 임금인상을 정당한 권리로 포장하고, 불법도 서슴지 않는 강성노조들의 후진적 쟁의문화의 뒤에 현 정부의 친노조 정책이 있다고 지적한다. 노사 문제라는 이유로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노동계의 불법행위가 확대·재생됐다는 것이다. 연초 택배노조 파업 당시 노조원들의 CJ대한통운 본사 불법점거에도 정부와 경찰이 사실상 방관했던 게 그 실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강성노조들의 불법행위는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임에도 현 정부는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오히려 파업을 볼모로 한 강성 노동운동을 확산시켜 노사갈등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계는 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엄정한 법 적용을 통해 삐뚤어진 노동시장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행정부가 풀어야 할 숙명적 과제이기도 하다. 노동시장의 근본적 개혁 없이는 Y노믹스, 즉 민간(기업·국민)의 창의성·역동성 속에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도 실현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동안 윤 당선인은 참여협력적 노사관계 수립을 줄곧 강조해왔다. 강성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도 수차례 피력했다. 지난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대원칙이 포함된 이유다. 올바른 목표에 방향타를 설정한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실행력이다.

일자리연대 관계자는 "제 배불리기에 여념 없는 강성노조의 반발을 극복해야하겠지만 새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발전적 성과가 기대된다"며 "노조들도 귀족노조라는 세간의 비판을 가슴에 새기고 새 정부의 노동정책 개혁을 겸허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현대중공업 협력사 대표들이 울산 본사 근처에서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
지난 4일 현대중공업 협력사 대표들이 울산 본사 근처에서 노조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배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협의회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한 웹젠 노조원들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결의한 웹젠 노조원들이 지난달 18일 경기도 성남시 웹젠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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