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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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등학생 딸을 둔 부모들이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기부하고 싶은데, 학교와 기업을 연결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됩니까? 국회의원인 저도 안 돼요. 저도 딸이 고등학교 다니는데, 안 돼요."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전재수의 딸은 왜 저리도 능력 없는 아버지를 만난 것일까? 전재수가 저 말을 한 것은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딸이 특권층의 자제라고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시발점은 한겨레 신문 보도, 한동훈 후보자의 딸이 복지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화상강의를 하려는데 노트북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었단다. 딸은 어머니에게 부탁했고, 어머니는 아는 기업체 대표에게 부탁해 안 쓰는 노트북 50대를 복지관에 기부했다는 것이다.

매우 아름다운 일화건만, 선동에 특화된 좌파 매체답게 한겨레는 이걸 그 딸이 대학에 가기 위해 스펙을 쌓는 행위로 왜곡보도했다. 그 딸이 기부영수증을 들고 ‘이거 조국식 스펙 쌓기 아냐? 괜찮을까?’라고 말하는 만평은 선동의 백미였다. 이게 왜곡인 이유는 첫째, 조국은 하지도 않은 봉사를 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반면 한 후보자의 딸은 실제 봉사를 했으며 둘째, 그 기부영수증은 딸이 아닌, 기업 대표의 이름으로 발급됐기 때문이다. 이게 밝혀지자 한겨레 측은 사과 없이 기사제목을 고쳤고, 신이 나서 자기 SNS에 만평을 공유했던 조국 교수는 슬그머니 게시물을 지웠다.

이쯤 되면 그만둘 법도 하지만, 전재수는 라디오에 나와 ‘그럴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되냐’며 그 딸을 공격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격차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로 인한 격차를 줄이는 것은 정부의 몫이건만, 전재수는 이 책임을 왜 고교 2학년생에게 돌리는 것일까? 정 부모찬스가 문제된다면 자기들이 잘하는 것처럼 ‘부모찬스 금지법’을 만들면 되는데 말이다.

더 어이없는 일은 조국 사태 당시 전재수가 했던 발언이다. 엄연히 문과인 한영외고 학생이 신생아의 저산소증에 관한 유전자 분석 논문을 쓰려면 한 후보자 딸보다 더 큰 부모찬스가 사용돼야 했건만,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논문 1저자 말씀을 하셨는데. 그 논문은 보셨습니까? 그게 몇 쪽짜리죠? 6페이지짜리 소논문입니다. 당시 입시를 찾아보면 이 학교뿐만이 아니라 많은 학교에서 이런 식의 인턴십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조민의 1저자 논문은 대한병리학회지에 실렸고, 당시 이 학술지는 해외 기관이 우수 학술지로 인정한 SCIE 급이었다. 게다가 학술지에 실리는 과학 논문은 대개 6쪽짜리니, 저 발언은 전재수의 무식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한 후보자 딸을 공격하려면 조국을 무지성으로 지지한 자신의 과거에 대한 사과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한 후보자 딸이 인맥을 이용한 것은 맞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인맥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다. 전재수가 옹호했던 조국 딸내미를 보자. 조민은 어머니인 정경심이 동양대 교수인 것을 이용해 위조된 동양대 총장상을 얻었다. 동양대 어학교육원장 명의로 나간 연구활동 확인서도 엄마찬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 공주대 연구소 인턴확인서를 발급한 이는 정경심의 대학 동창이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는 아버지인 조국이 위조했다고 추측된다.

여기서 보듯 조민은 부모찬스를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썼고, 결국 자신의 실력만으로는 어려운 의사면허를 받았다. 허위 스펙이 들통나 의전원 입학이 취소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의사다. 법을 잘 아는 아버지가 입학취소를 정지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1991년생이니 만으로 서른, 하지만 조민은 여전히 아빠찬스로 살아간다.

이와 달리 한 후보자의 딸은 저소득층 아이들이 노트북을 쓸 수 있게 하는 데 엄마찬스를 썼다. 이게 자신의 봉사활동을 위해서라고 해도, 그 혜택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돌아간다. 그런데도 전재수는, 그리고 민주당은, 한동훈의 딸에게 ‘조국이 당한 것과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이 제발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럴수록 당신들의 우상인 조국만 초라해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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