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최저로 떨어진 일본 엔화 가치(달러 당 126엔대 중반).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의 딜러가 지난달 15일 오후 환율 변동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
20년만에 최저로 떨어진 일본 엔화 가치(달러 당 126엔대 중반). 일본 도쿄의 한 외환중개업체의 딜러가 지난달 15일 오후 환율 변동을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

일본이 우크라이나 원자재값 인상에 ‘엔저’ 현상까지 겹치면서 유례없는 물가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9일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74 엔으로,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최근 니혼TV 등 현지 매체들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 시각을 전했다.

지난달 28일 일본은행(BOJ)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뒤, ‘엔저’에 가속도가 붙었다. 선진국들 가운데 일본은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약 1000조엔, 한화 9700조원)이 가장 높아 쉽사리 금리를 인상 못한다. 금리를 올릴 때마다 정부 부담 액수가 치솟기 때문이다.

이번 인플레이션은 특히 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출생 일본의 ‘사토리(깨달음)세대’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 붕괴 이래 30년간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시대에 태어나 자란 이들은 한번도 물가상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다. 이전의 ‘유토리(여유) 세대’와의 가치관·생활양식 차이가 자주 비교된다.

일본의 물가상승은 전방위적으로 확산 중이다. 조사업체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05개 기업이 라면·식용유·음료 등 4081개 품목의 가격을 올렸다. 저렴한 100엔대 물건을 팔던 ‘100엔샵’은 문을 닫고, 다이소가 ‘100엔’ 대신 ‘300엔’을 기준금액으로 삼은 오프라인 샵을 오픈했다.

업계 1위를 고수하던 아사히맥주도 14년 7개월 만에 주요 제품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출하분부터 맥주는 6~10%, 위스키는 7~17% 오른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곡물과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야마자키제빵(7.3%)·후지빵(8%) 등 빵 가격도 줄인상 됐고, 잼 역시 3∼7% 비싸졌다. 치킨은 36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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