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03자 취임사로 본 尹 정부 국정운영 방향

“자유 시민, 경제적 기초와 공정한 교육·문화 기회 보장”
비핵화 전제 北주민 삶 개선 지원...北 인권문제도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에 새로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1호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낭독한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가치는 ‘자유’였다. 지난 정권의 반지성주의적 행태를 벗어나 국민 개개인이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열쇠라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11시20분부터 36분까지 낭독한 취임사에서 ‘자유’를 24차례나 언급했다. ‘자유 시민’(8회)과 ‘자유민주주의’(3회)를 모두 합치면 35차례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 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자신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밝혔다.

그리고 "다양한 위기가 복합적으로 인류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있다"며 현재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반지성주의를 지목했다.

여기에는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렸다.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을 정치권으로 불러낸 지난 집권 세력의 행태를 반지성주의로 규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수의 힘’을 거론한 것을 두고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거야’가 된 민주당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며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자유 시민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의 가치를 확보하게 해 줄 수단으로 과학·기술·혁신을 꼽았다. 그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우리의 자유를 확대하며 우리의 존엄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장’, ‘과학’을 각 5차례, ‘기술’, ‘혁신’을 각 4차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된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전 세계 어떤 곳도 자유와 평화에 대한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반도와 동북아도 마찬가지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 말미에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의 위상을 지니게 됐다"며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의 자유와 인권을 지키고 확대하는 데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15회)과 ‘세계’(13회)를 빈번하게 거론하고 ‘국제사회’(6회), ‘역할’(4회), ‘책임’(3회) 등을 강조한 것은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취임사의 전체 분량은 3303자로 전임 대통령 취임사보다 비교적 짧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사는 8969자,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사는 5558자였다. 취임식이 약식으로 진행된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사는 3181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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