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첼리스트 출신 장한나가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취임했다.
신동 첼리스트 출신 장한나가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취임했다.
첼리스트 장한나(1982~ )가 9월부터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수석 객원지휘를 맡는다.

‘신동 첼리스트’ 출신 장한나는 2007년부터 지휘자의 길을 걸어왔다(2017년 이래 노르웨이의 트론헤임 심포니 상임지휘자). 금년 12월 함부르크 심포니 오전음악회에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지휘한다(협연자는 한국에도 팬이 많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내년 3월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지휘가 예정돼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겐 비범한 음악성, 곡 해석을 풍부하게 할 인문학 소양, 인간적 리더십이 두루 필요하다. 장한나는 지휘에 입문할 당시 "하나의 색깔을 얼마나 짙고 연하게 채색할지 고민하는 게 첼로 독주라면, 오케스트라는 모든 색이 어울려 무지개를 빚어내는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세기의 대표적 첼로 거장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와의 인연은 클래식 음악계의 선망이자 미담이다. 1994년 11세 장한나의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 1위는 국제콩쿠르 최연소 기록으로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쇼팽 콩쿠르’와 더불어 단일 악기 경연대회로서의 특별한 권위를 자랑하는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는 첼리스트들에게 꿈의 무대다. 콩쿠르 우승 이후 로스트로포비치는 장한나의 육친 같은 스승이자 음악의 동반자였다. 그가 시상식 축하 만찬 자리에서 어린 장한나에게 자필로 적어 건넸다는 조언이 널리 회자된다. "한 달에 네 번 이상 (무대)연주 하지 않기, 음악 안 하는 친구들과 놀기, 학교 열심히 다니기…."

로스트로포비치는 장한나에 대해 "만나 본 어린 연주자들 중 최고 천재"라며 후견인을 자처했다. ‘자신의 후계자’임을 공언하기도 한다. 뉴욕·워싱턴·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체류지로 불러 장한나에게 레슨을 해 온 로스트로포비치가 1997년 한겨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레슨을 끝낸 후 그녀에게 했다는 말도 감동적이다. "이제 음악의 열쇠를 네게 넘겨준다", "앞으로 나를 포함해 아무에게도 레슨 받지 말라", "함께 연주하는 훌륭한 지휘자들, 무대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음악세계를 열어가라."

첼리스트 장한나는 스승의 조언 대로 자기삶을 개척해 나갔다. ‘보통의 삶’에도 충실했고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았다. 줄리어드 음악학교를 다녔으나 대학은 하버드대 철학과에 진학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풍성한 소리가 아니다. 모든 단원이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 그 순간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개개인 역량이 하나의 전체로 어우러지는 것, 그게 바로 오케스트라의 기적이다". 그녀의 소신을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마에스트라(뛰어난 여성 지휘자) 장한나’의 앞날을 새삼 기대하게 될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약 30년간 깊은 음악적 인간적 교감을 가진다.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우승한 11세의 장한나와 로스트로포비치(우).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와 약 30년간 깊은 음악적 인간적 교감을 가진다.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우승한 11세의 장한나와 로스트로포비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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