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6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연구팀과 테라헤르츠(THz) 대역의 6G 통신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2020년 6월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연구팀과 테라헤르츠(THz) 대역의 6G 통신시스템 시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

홀로그램으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실시간 대화하고, 동네 병원에 누워 종합병원 의사에게 원격수술을 받으며, 사람·사물·공간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만물지능인터넷의 시대. 6G 이동통신기술이 현실화할 우리의 미래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6G가 촉발할 5차 산업혁명의 승자가 되기 위한 기술 주도권 경쟁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10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5G의 뒤를 이을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인 6G의 상용화 시기를 2030년께로 보고 범국가 차원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발 앞선 기술개발을 통해 표준화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6G 시대를 선도하기 위함이다.

각국 정부가 6G에 주목하는 것은 6G의 초고속 데이터 전송 능력과 실시간 네트워크 반응성을 바탕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실제 6G의 이론상 최대 속도는 초당 1테라비트(Tbps)로 5G의 50배다. 2기가바이트(GB)의 영화 1편을 0.016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 반응 속도도 5G의 10분의 1인 0.1밀리초(1㎳=1만분의 1초)에 불과하다. 원격지의 기계장치를 현장에서처럼 실시간 제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6G를 활용하면 5G로는 버거웠던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실시간 제어가 필수적인 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다. 홀로그램·원격수술·자율주행차·플라잉카 등이 그것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속 체감형 슈트처럼 오감을 전달하는 ‘초실감 확장현실(XR)’도 문제없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는 "6G는 개인의 삶과 산업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꿈의 기술"이라며 "에릭슨엘지가 추정한 2030년 세계 5G 소비시장 규모가 31조달러(약 3경9497조원)라는 점에서 6G 기술선점이 갖는 값어치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6G 기술개발은 중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고 미국·일본·한국이 뒤를 쫓는 형국이다. 지난해 일본 니케이가 조사한 글로벌 6G 관련 특허 출원수에서도 중국 비중이 40% 이상이며 미국 35%, 일본 10%, 한국 4%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올 3월 양회(兩會)에서 샤오야칭 공업정보화사업부장이 6G 기술 선점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던 5G 때의 전철을 밟지 않고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2020년 미국통신산업협회가 민간 6G 협력단체 ‘넥스트G 얼라이언스’를 설립하고 연구개발에 시동을 건데 이어 올 7월에는 정부 주도의 ‘6G 기술자문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통신기술 선진국들이 앞다퉈 미래성장동력의 조준점을 6G로 옮기면서 우리나라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2020년 과제 발굴을 거쳐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2000억원이 투자되는 6G 핵심기술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도 6G의 경제·산업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110대 국정과제에 미래 네트워크 주도권 확보를 포함시켰다. 4년 내 6G 기술 표준을 선점할 원천기술 48건을 개발하고 2026년 세계 최초로 6G 기술을 시연해 기술패권을 거머쥔다는 목표다.

민간 차원의 연구개발 열기도 뜨겁다. 삼성전자·LG전자·이통3사가 그 중심에 서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9년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일찌감치 6G 선행기술 개발에 돌입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테라헤르츠(㎔) 대역의 6G 통신시스템 시연에 성공한 것이 실례다. 같은해 3월 삼성전자 연구원이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의 ‘6G 비전 그룹’ 의장으로 선출돼 6G 표준화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휴대폰·기지국·통신칩을 아우른 기술 역량이 최대 강점이다.

LG전자도 2019년부터 카이스트(KAIST)와 공동연구를 진행해 지금껏 6G 원천기술 20여건을 확보했다. 지난해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와 ㎔ 대역 6G 무선 데이터의 실외 100m 송수신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통3사는 다각적 협업으로 6G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노키아·에릭슨, KT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 LG유플러스는 노키아·크리모·동우화인켐 등과 각각 깜부를 맺고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통신장비업계 관계자는 "국제 표준은 기술 자체의 우수성에 더해 전 세계 업체들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가 6G라는 거대시장의 패권을 잡으려면 2025년 본격화될 6G 국제 표준화에 맞춰 해외 통신분야 기업·기관·단체와의 협력 생태계를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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