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입장하고 레드카펫 없이 ‘돌출무대 취임식’
김건희 여사와 함께 文·朴 두 전직 대통령에 상체 숙여 인사
무대 청색 배경 역동적...‘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독해 눈길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시민들과 인사하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10일을 시작으로 5년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180m를 직접 걸으며 시민들과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눴다. 그 뒤로는 김건희 여사가 시민들과 인사를 하며 취임식 무대까지 동행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오전 10시53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입구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국회 정문에 내려 미리 대기 중이던 두 명의 어린이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았다. 대구 남자 어린이와 광주 여자 어린이로, 동서 화합을 상징한다. 이후 윤 대통령 내외는 취임식 무대까지 180m 가량을 걸으며 국민들과 주먹 인사를 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모습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직접 걸어 무대까지 이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레드 카펫이 없었다. 낮은 자세로 국민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무대 뒤편에 세워진 넓은 배경에는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강조하는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채워졌다. 특히 전체적인 무대 배경을 청색으로 처리해 역동성을 강조했다. 젊은 대통령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앞날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 국민뿐만이 아닌 협치를 강조했다. 특히 의상에서 그 의미를 부각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남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상징하는 하늘색 넥타이를 맨 것은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20명의 국민희망 대표와 함께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밝게 웃으며 화답했다. 김건희 여사도 윤 대통령 곁에 서서 전 대통령 부부에 악수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상체를 숙여 인사한 후 악수를 했다. 김 여사도 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참가한 취임식에 참가한 국내·외의 내빈들과 인사를 나눴다.

취임식에서 눈길을 끈 것은 ‘국기에 대한 맹세문’ 낭독이었다.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온 대한민국의 영웅으로, 2010년 천안함 생존장병 전우회장인 전준영 씨와 3대째 군인의 길을 걸으며 국가에 복무하고 있는 김나영 소령, 11년간 1288시간에 달하는 봉사활동을 해온 경기 남부 경찰청 소속 김정원 경장, 2007년 소방에 입문한 뒤 14년간 헌신적인 구급활동을 해온 성민정 소방장이 맹세문을 낭독했다. 이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헌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인과 경찰, 소방관들에게 보내는 자부심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민의례 후 성악가 연광철씨와 레인보우합창단이 함께 애국가를 제창했다. 연씨는 공고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꿈을 이룬 성악가다. 이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후 김부겸 국무총리가 식사(式辭)를 낭독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했다.국방부 의장대 행진에 이어 기수단 사열, 21발의 예포 발사가 이어졌고, 윤 대통령은 거수경례 자세로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국회 앞 하늘에 갑자기 뜬 무지개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자유일보

윤 대통령의 취임선서와 취임사 발표는 단상이 아닌 별도의 돌출무대에서 진행됐다.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려는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무대에 서자 좌중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졌고, 윤 대통령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 전반에 걸쳐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를 ‘자유’라는 키워드에 함축해 풀어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유’는 35차례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사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취임식 축하공연이 끝난 후 윤 대통령 내외는 단상에 있는 안철수 전 인수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병석 국회의장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전임 대통령들을 환송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취임식을 마친 뒤 손을 내민 시민들과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누면서 천천히 국회의사당을 빠져나왔다. 윤 대통령은 용산 집무실로 이동하는 차량에 탑승 후에도 창문을 열고 모여 있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어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차량을 멈춰세우고 선루프를 개방, 아예 차량 밖으로 올라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예정에 없던 즉석 ‘카퍼레이드’였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특히 이날 취임식 중 국회의사당 앞으로 펼쳐진 파란 하늘에 무지개가 뜨면서 시민들이 환호하는 등 기상천외한 자연현상도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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