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의 비트코인 시세 차트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
비트코인 가격이 3만 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의 비트코인 시세 차트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최근 일주일 간 20% 가까이 급락하며 3만 달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1일 오전 3만968.63달러에 거래됐다. 전일에는 2만9961.93달러까지 떨어졌다. 비트코인이 3만 달러 밑으로 하락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6만8990달러(약 8828만원)에 비하면 반토막도 안되는 셈이다.

지난 10일 암호화폐 데이터 조사업체 얼터너티브가 추산한 공포·탐욕지수는 일주일 전보다 17점 낮아진 10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점수는 지난 1월 7일 이후 4개월 만인데, 투자심리로 따지면 공포구간에 해당한다. 해당 지수는 0으로 갈수록 극단적 두려움, 100에 가까울수록 지나친 낙관을 의미한다. 투자심리가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비트코인 투자자 중 절반 가까이가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조사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11월 정점을 찍은 이후 최근까지 56% 하락하면서 투자자 가운데 40%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6개월 사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게 된 투자자로 범위를 좁히면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코로나19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과 기관투자자의 시장 진입을 쌍끌이 호재 삼아 활황을 누렸다. 특히 블록체인 업계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이며, 주식 같은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 역시 낮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디지털 금’으로 불려온 이유다. 하지만 올들어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음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끝모를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업체 아케인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나스닥지수 수익률의 최근 30일 상관계수는 0.7까지 올라 지난 2020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관계수가 1에 근접할수록 두 자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마이너스(-)1에 가까우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만 해도 이 상관계수는 0.1을 넘지 않았다. 2019~2021년에도 평균 0.1~0.2 수준이었다. 반면 금과 비트코인의 최근 30일 상관계수는 역대 최저치인 -0.45, 미국 달러지수와의 상관계수는 -0.53까지 하락했다.

투자 분석업체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는 2만9000달러를 바닥으로 예상하며 최근 자사 고객들에게 1개월에서 3개월 간을 커버할 수 있는 풋옵션 매수를 권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일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루노의 부사장 비제이 아야르는 2만5000달러(약 3194만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최고가 대비 64% 급락한 것으로 3분의 1토막이다.

가격 급락 리스크가 투자자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중남미의 엘살바도르가 대표적이다.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엘살바도르 정부가 비트코인 500개를 평균 단가 3만744달러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날 구매를 포함해 총 7170만 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2301개를 보유하게 됐다.

부켈레 대통령은 법정통화 채택 후 국민들에게 비트코인 사용을 장려하고 있지만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정부 전자지갑 ‘치보’를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국민은 300만명 가량으로 전 국민의 45%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치보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술적 결함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엘살바도르 정부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조치를 취소하라고 반복해서 권고하고 있다. 지난 1월에도 "비트코인 사용은 재정의 안전성과 건전성, 소비자 보호, 국가채무 등에서 큰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엘살바도르 정부는 법정통화 채택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엘살바도르의 재정 상황이 지금처럼 유지되면 2026년에는 공공부채가 국내총생산( GDP)의 96%에 달해 지속 불가능한 길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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