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누리호’의 후속사업으로 총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심우주 탐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 한국형 달착륙선과 달궤도선의 임무수행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가 ‘누리호’의 후속사업으로 총 1조9330억원이 투입되는 심우주 탐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나선다. 한국형 달착륙선과 달궤도선의 임무수행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리나라가 지구궤도를 넘어 달과 화성, 태양 등 심우주로 우주탐사 영토 확장에 나선다. 그 첫 단계로 ‘나로호’와 ‘누리호’에 쓰인 발사체를 뛰어넘는 차세대 발사체(KSLV-III)를 독자 개발하고, 2031년 달에 우주선을 보내 착륙시킬 계획이다. 성공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열강과 어깨를 견주는 진정한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11일 우주항공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누리호의 후속 사업으로 심우주 탐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프로젝트는 2030년 차세대 발사체를 활용한 달 착륙 검증선을 쏘아 올려 성능을 확인한 뒤 2031년 달 표면에서 자원 탐사 등의 임무를 수행할 착륙선을 보내는 게 핵심 골자다. 이를 위해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심우주 탐사용 발사체를 갖는 것은 7대 우주강국 도약이라는 오랜 꿈을 이룰 필요충분조건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세계를 호령하는 인공위성 강국임에도 발사체가 없어 다른 나라의 발사체를 이용해왔다. 오랜 노력 끝에 지난해 10월 독자개발한 첫 한국형 발사체(KSLV-II)로 누리호를 700㎞ 고도까지 보냈긴 했지만 3단 로켓엔진이 조기 종료돼 위성 더미를 정상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누리호의 발사체는 성능상 한계가 뚜렷하다. 고도 600~800㎞의 지구저궤도에 1.5톤급 실용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다. 대형 위성·달착륙선의 발사나 행성·항성·소행성 등 심우주 탐사는 언감생심이다. 앞으로 4차례나 누리호의 추가 발사가 남아있음에도 정부가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 시동을 건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 우주항공업계와 과학기술계의 관심은 차세대 발사체의 설계 사양과 목표성능에 모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발표와 전문가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차세대 발사체는 크게 2가지 측면에서 누리호 발사체와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차세대 발사체는 2단 로켓을 표방한다. 3단이던 누리호보다 단수가 하나 적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2단 로켓은 분리 절차를 한 번만 거치면 돼 발사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고 부품수 감소로 제작비 절감도 가능하다"며 "특히 차세대 발사체의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겠다는 정부 플랜을 적용하기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재사용은 2017년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처음 성공했으며 지금은 천문학적 발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대세 기술로 떠올랐다.

또 다른 차이는 엔진 연소 방식이다. 차세대 발사체에는 누리호의 가스발생기보다 진화한 다단연소시스템이 채용된다. 통상 우주발사체는 추진력을 제공하는 연소기에 연료를 고압으로 내보내기 위해 터보펌프를 사용하는데 이의 가동에 일부 연료가 소비된다. 가스발생기는 터보펌프에 쓰인 연료의 배기가스를 버리는 반면 다단연소는 이를 연소기로 보내 재연소시켜 추가 추력을 얻는다. 항우연에 의하면 이렇게 5~10%의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덕분에 차세대 발사체는 엔진추력이 110톤급(1단 100톤·2단 10톤)으로 157톤급(1단 75톤·2단 75톤·3단 7톤)인 누리호보다 낮지만 오히려 동일한 연료로 더 멀리 가거나 연료량을 줄이고 더 많은 탑재물을 실을 수 있다. 지구저궤도 기준 탑재물 한계중량이 누리호(3.3톤)의 3배인 10톤이다. 또 최대 7톤의 다목적 실용위성, 1.8톤의 달 탐사선을 실어 나를 수 있고 1톤의 화물을 가지고 화성에도 갈 수 있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차세대 발사체는 우주영토를 지구궤도에서 지구 밖 심우주로 넓히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할 수단"이라며 "개발 단계부터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는 한편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국내 부품을 활용해 민간우주기업 육성의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발사체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비교. /과기정통부
한국형발사체와 차세대 발사체 성능비교. /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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