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11시 40분 청와대가 개방됐다. 74년만의 일이다. 이날 청와대 정문 앞은 인산인해였다. 첫날 2만6천 명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 11일부터는 하루 3만9천 명 입장이다. 청와대가 국민의 품에 안긴 실존적 광경이다.

서울은 산과 물의 조화가 기막히다. 청와대 개방으로 안산·인왕산·북악산·북한산·도봉산·사패산·수락산·불암산으로 단절없이 이어진다. 청와대 인근 서쪽에 수성천·영천·홍제천·불광천 등이, 동쪽으로 청계천·성북천·정릉천 등이 중랑천·성동천과 합수하여 남쪽 한강으로 모여든다. 1392년 무학대사가 경복궁·광화문을 조선 개국의 터로 잡은 것은 천년의 혜안이다. 청와대의 개방으로 사람과 산과 물이 함께 이어지게 됐다.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청와대 개방’, 그 사실이 그냥 좋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사고치는 행락객들이 나오게 된다.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도 나온다. 청와대는 건국 74년 동안의 대한민국 역사가 온존해 있다. 건국과 호국·산업화·민주화·세계화의 전 과정이 청와대에 육화(incarnation)되어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용산 시대’를 맞아 자유민주주의의 선진화로 도약해야 한다.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자유민주주의 나라’로 가야 한다. 선진 자유민주주의와 부민덕국(富民德國). 모든 국민이 잘 살고, 국제사회에 큰 덕이 있는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의 목표다.

그러자면 시민사회와 정부가 청와대 활용문제를 놓고, 천년까지는 몰라도 최소 백년은 유효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는 22일 청와대에서 KBS열린음악회가 열린다. 청와대가 국민 속으로 들어오는 좋은 아이디어다. 임종두 청와대개방축제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매월 테마를 정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개방축제가 성공적으로 이어지면서, 동시에 시민사회는 토론과 공청회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74년은 세계사에 유례없이 성공한 역사다. 하지만 바로 지난 정권까지도 대한민국 건국과 역사를 부정하고 폄훼한 세력이 있었다. 이들의 사적 용도로 청와대가 활용돼서는 안 된다. 자유민주 시민사회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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