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폭발에도 견딜수 있는 IL~80, 2010년 이후 12년 만에 선보여

제77주년 2차 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인 9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군 의장대가 퍼레이드를 이끌고 있다. 전승절은 옛소련이 나치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한다. /타스 =연합
제77주년 2차 대전 종전기념일(러시아 ‘전승절’)인 9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군 의장대가 퍼레이드를 이끌고 있다. 전승절은 옛소련이 나치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1945년 5월 9일을 기념한다. /타스 =연합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5월 9일 현지시간)을 러시아는 나치를 물리친 ‘전승절’로 기념한다. 매년 러시아와 독일의 기념 메시지는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77주년 하루전인 그제(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발언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고 있어 예년과 더욱 구별된다.

"깊이 확신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숄츠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유럽에서 두번 다시 대량학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 게 ‘이 날’의 유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단언했다. "77년 전 폭력과 독재에 맞서 자유와 안전이 승리했듯,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화기 지원 방침도 재확인됐다.

영국·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 국가들은 5월 8일을 ‘2차 대전 종전기념일’로 기념한다. 러시아와 일부 옛소련 공화국들(세르비아·벨라루스 등)이 9일을 ‘전승절’로 맞는것은, 서유럽과 차별을 두고자 한 의식이 엿보인다. 이번엔 더더욱 저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이용됐다.

러시아가 ‘대조국전쟁’이라 부르는 전승절 77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핵전력이 다수 등장한다.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 리허설 때 전략핵 미사일과 함께 핵전쟁에 대비한 지휘통제기 일류신(IL)-80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1980년대 개발된 일명 ‘둠스데이(최후의 날)’, 핵폭발에도 견딘다는 IL-80은 2010년 이후 12년만의 출현이다.

승전 77주년에 맞춰 모두 77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공중급유기 등이 참여한다. 특히 8대의 미그(MiG)-29SMT 전투기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상징하는 알파벳 Z 모양의 비행이다. 지상에선 RS-24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도 나온다.

ICBM ‘토폴-M’의 개량형인 야르스는 1만2000km를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150∼250㏏(TNT 화약 폭발력 기준 15만∼25만t)급 탄두 규모,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12kt)의 12~20배다. 단거리 전술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는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 양쪽 다 장착 가능하다(단, IL-80 등 일련의 공군 퍼레이드는 당일 악천후를 이유로 전격 취소).

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이날 러시아 석유 수입을 단계적 중단·금지하기로 했다. "푸틴 경제의 동맥을 강력하게 타격하고, 전비(戰費)에 들어갈 수입을 허락치 않겠다"는 미국은 별도로 채널1·로시야1·NTV 등 러시아 국영방송 3곳과 가스프롬방크 등 주요 금융기관 임원 및 자회사, 러시아·벨라루스 관료 등에 대해 무더기 제재를 발표했다. 특수 핵물질 수출도 금지시켰다.

한편 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바이든 여사가 이날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 마을 우즈호로드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여사를 만났다. 바이든 여사의 이번 방문은 남편을 대신한 것으로 분석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역시 같은날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소도시 이르핀을 깜짝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학교 건물을 폭격해 대피 중이던 민간인 6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2차 대전 종전기념일을 맞아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견뎌낼 것"이며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2차 대전 종전기념일을 맞아 TV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견뎌낼 것"이며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의 한 학교를 찾아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부인 올레나 여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의 한 학교를 찾아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부인 올레나 여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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