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일본 의원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일본 의원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급격히 얼어붙었던 한일 경제협력에 봄볕이 깃들고 있다. 재계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담은 친서를 교환하는 등 양국 정가에 불고 있는 훈풍이 경제협력 활성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보고 민간차원의 교류 채널 재구축에 본격 나섰다.

12일 한국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액은 300억6000만달러(약 38조75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수출액 6150억5000만달러 중 일본의 비중은 4.7%로 수출국 순위 5위다.

수출과 수입을 포함한 무역액의 일본 비중은 더 높다. 전체 무역액의 6.7%(843억달러)를 차지한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다. 일본에게 있어서도 한국은 중국·미국·대만과 함께 4대 수출국에 해당한다. 수출비중은 6.9%에 이른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 양국의 경제교류는 사실상 동맥경화 상태였다. 2019년 우리 법원이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데 반발한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수출제한에 나서며 관계가 급격히 꼬여갔다. 문제는 당시 정부의 비이성적 대응이었다.

일본 불매를 부르짖던 국민감정에 편승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종료, 백색국가 맞제외 등 강대강 대치로 갈등을 키운 것이다. 미국 정부의 우려에도 실리를 내세워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파트너로 삼으려 했던 행보와는 딴판의 감정적 대처였다.

이런 외교·정치적 반목은 경제교류 위축으로 전이돼 큰 상흔을 남겼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2019~2020년 한일 양국의 수출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세계 교역액이 2017~2018년 대비 7.6% 감소하는 동안 대일 교역액은 11.9% 줄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도 감소폭이 유럽연합(-4.8%), 중국(-7.4%) 등 주요 교역국을 압도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계의 상대국 직접투자도 한국은 25.6%, 일본은 62.1% 급감했다. 그렇게 한국은 2년간 생산유발액 1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 5900억원, 취업유발인원 1만3300명을 손해봤고 일본도 14.7%의 대(對)한 수출감소로 경제 타격이 상당했다는 게 한경연의 분석이다.

이랬던 상황은 윤 대통령의 취임을 전후해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한일정책협의대표단을 일본에 보내는 등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는 의지를 지속 피력했고 일본 정부도 대통령 취임식에 총리의 친서와 함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을 보내며 화답하면서 관계 개선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에 재계도 경제적 동반자로서 일본과의 교역과 민간교류 확대를 위한 발걸음을 바삐 움직이고 있다. 당장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1일 윤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일한의원연맹 대표단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같은 날 일본 대표단 환영 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양국 정·재계 인사들은 한국과 일본의 조속한 신뢰 회복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경제계 차원의 작은 걸음이 양국 협력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2018년 중단됐던 한일 경제인 교류 행사인 ‘한일상의 회장단 회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양국 우호증진을 위해 일본상의 설립 100주년을 맞아 오는 6월 일본 방문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주일한국기업연합회가는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에서 일본 기업인과 한국기업의 일본 법인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하는 ‘한일 경제인 교류의 밤’ 행사를 갖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으로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며 "일본과의 경제협력 열차가 다시 출발한다면 국가·경제적 체력을 키워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일본의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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