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심문섭’은 70대 들어 회화 중심으로 옮겨갔다. 작품들이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바다를 사생한 게 아니라, 작가 뇌리에 각인된 총체적인 이미지의 바다가 표현된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를 평면 회화로 구현하기 위해, 시간 단위로 쪼개지는(순간순간 잘리는) 요소를 가미했다. 그림에 가둬진 풍경화의 바다와 달리, 심 작가의 바다는 캔버스 밖으로 퍼져나갈 듯하다. 형상화된, ‘무한대 패턴의 바다’다
‘物(물)’이란 사물의 조각을, ‘물(水)’은 그림을 뜻한다. ‘To the Island’(섬으로)란 제목의 연작으로, 대작이 많다. 전시장 한쪽 면을 독차지한 작품(2018년 작)은 120호짜리 캔버스 6개를 합친 크기다(가로 582㎝).
모두 유성물감 밑칠 위에 수성(아크릴)물감을 덧칠했다. 납작한 페인트 붓으로 반복되는 붓질은 조각가의 끌질과 본질이 같다. 이번 전시에 맞춰 심 작가의 시화집 ‘섬으로’도 출간됐다.
"바다는 아름다움의 고향이다." 시화집을 통한 작가의 고백에 그의 최근 작품 경향이 녹아 있다. 1965년 서울대 조소학과를 졸업한 심 작가는 1969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수상했다(테라코타 작품).
이후 주로 점토로 작업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시도하는 가운데, 1971년부터 파리 비엔날레에 3회 연속 참가한다. 상파울루 비엔날레(1975년) 시드니 비엔날레(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1995·2001년) 등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높였으며, 2007년 프랑스 문화예술공로 슈발리에 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