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중동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를 방문해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술탄(군주)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중동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를 방문해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술탄(군주)를 만나고 있다. /AFP=연합

러시아가 폴란드·불가리아에 이어 영국·유럽연합(EU)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도 차단한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법률 정보 공시 사이트를 통해 유럽 내 31개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가스 공급을 이미 중단한 폴란드 내 야말-유럽 가스관 운영사 ‘유로폴가즈(Europol Gaz)’에 더해, 독일이 일시 국영화를 선언한 가스프롬의 독일 내 자회사 ‘가스프롬 게르마니아’ 가 제재 대상이다.

영국·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헝가리·루마니아 등 유럽 각국을 비롯해, 미국·싱가포르 등에 위치한 가스프롬 게르마니아의 29개 자회사 모두가 러시아의 제재 대상이 된 것이다.

앞서 3일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명한 ‘특정 외국과 국제기구의 비우호적 행동에 대응할 경제 재재 관련 대통령령’은 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령은 제재 대상 기업들과 신규 거래뿐 아니라 기존 거래 의무를 이행하는 것도 허용치 않는다고 규정한다. 기존 계약까지 파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U 회원국들 역내 사용 천연가스의 3분의 1 이상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온다.

러시아는 중동·아프리카 국가들의 추가 증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방 국가들이 대체 수입국을 찾는 가운데,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산유국인 알제리와 오만을 잇따라 방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이날 오만에서 하이삼 빈 타리크 알사이드 군주(술탄)·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을 서방의 제재 탓으로 돌렸다. "서방의 금수 조치들은 하루아침에 세계 운송·물류 체계를 파괴했다. 이런 공격적인 정책이 식량 및 에너지 문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어 "러시아는 EU 외에도 고객 국가가 많다. 서방이 에너지를 구하려면 과거 러시아에 지불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걸프지역 산유국들은 서방의 증산 요구에 응할 분위기를 보이지 않는다. "OPEC+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게 오만의 일관된 입장이다. 전날엔 라브로프 장관이 북아프리카 주요 가스 생산국 알제리의 압델마드지드 테분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영토문제와 현 사태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에 감사를 표했다. 이탈리아와 알제리가 공동 운영하는 지중해 해저 가스관은 연간 320억㎥의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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