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서울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임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빠른 시일 내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한미관계는 완벽하지 못하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번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주요 정책으로 삼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열리는 이 회담에는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두 정상의 회담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열린다는 것이 이례적이다. 이는 미국이 얼마나 한국을 중요시 여기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몇 개월 후 미국을 찾아가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 경우는 취임 11일 만에 미국 대통령이 서울로 찾아가 회담을 한다. 파격적이다. 한국의 전반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고, 또 현재 동북아 정세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박하게 변하는 세계 정세에, 미국이 발빠르게 한국에 구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미관계는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부터 분열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사드 문제에서부터 일본과의 지소미아 등, 한국은 지난 5년간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중간적 제스처를 보이며 노무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껄끄러운 관계를 맺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후, 한국은 중국을 염두에 두는 이전의 중간적 입장에서 벗어나 전환을 맞게 되었다. 당시 회담 후 두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는데, 대만 문제에 더욱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보다 획기적이고 안정적인 전통의 친미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회담 후 워싱턴 정가는 한국이 드디어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 편에 완연히 서게 되었다고 자평했다. 한미관계를 다루는 전문가들과 관찰자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표했다.

이같은 대전환 시기 1년을 보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강력하고 희망찬 친미적인 정책을 표방했다. 이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찾게 된 것이다.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 테이블에 현 동북아 정세를 올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 대 미국이 리드하는 반(反)중국연합, 즉 쿼드와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표방되는 정책에 한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원하게 될 것이다. 현재 중국 편에 있는 나라는 북한·캄보디아뿐이다. 일본·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인도·말레이시아 등 다른 모든 국가는 이미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 연합에 들어있다.

지난 5년간 한국은 어정쩡한 중간 입장을 취해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 이는 한국의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한국은 대만과 함께 세계를 리드하는 반도체 생산국가다. 반도체에 관한 한 미국이 한국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반면 중국이 반도체에 있어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 반 중국 공세를 이어가는 것이 타당하며 국익에 부합한다.

이번 회담을 통해 윤석열-바이든 두 정상은 완벽하고 굳건한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1960년대 한국이 월남전에 참전하면서 맺게 된 박정희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의 관계, 또 취임 후 외국 정상으로 첫 워싱턴 초청을 받은 전두환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정치성향은 달랐으나 경제문제와 개인적 친분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김영삼 대통령과 클린턴 대통령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윤석열 정부가 사상 최고의 한미관계를 이어갈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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