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무기징역 가능성…현재 러 전범정황 1만1천여건

러시아 전쟁범죄 혐의 첫 피고인. /연합
러시아 전쟁범죄 혐의 첫 피고인. /연합
전쟁범죄 희생자로 추정되는 민간인들. /AP=연합
전쟁범죄 희생자로 추정되는 민간인들. /AP=연합

러시아군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80일 가까이 되도록 민간인 살해 등 전쟁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1만건 이상 보고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전범 피의자로 법정에 넘겨진 첫 사례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쟁범죄를 자행한 혐의로 구속된 러시아 육군 칸테미로프스카야 전차사단의 지휘관 바딤 쉬시마린(21)이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방법원에서 13일(현지시간) 첫 재판을 받는다고 12일 보도했다.

하사 계급인 쉬쉬마린은 개전 초기인 지난 2월28일 교전 지역이던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주(州)의 추파히우카 마을에서 민간인을 소총으로 사격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소속 사단의 차량을 호송하던 부대가 우크라이나 전투기의 공습을 받자 부하 군인 4명과 함께 차량을 타고 이동을 하던 중이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는 자전거를 탄 채 휴대전화로 통화하던 62세의 민간인 남성을 보고 AK-74 소총을 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이 피격된 장소는 자신의 집으로부터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파악됐다.

비무장 상태였던 민간인이 우크라이나군에게 러시아군이 있는 장소를 알리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한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검찰은 밝혔다.

이번 기소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현지 사법당국이 전쟁범죄 피의자를 법정에 세운 첫 사례다.

우크라이나 검찰 측은 자국 비밀정보국에 소속된 검사와 수사관들이 쉬시마린이 교전 수칙을 어긴 채 계획적으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며 쉬시마린은 징역 10∼15년 내지 최고 무기징역의 처벌에 직면할 거라고 밝혔다.

쉬시마린의 재판과 별도로 2건의 전쟁범죄 재판이 수일 내에 열릴 것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 재판 중에는 민간인 살인과 성폭행 혐의를 받는 러시아군 미카일 로마노프의 사건도 있다.

로마노프는 3월에 브로바리 지역 마을의 집에 침입해서 남성을 살해하고 부인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데 이어 어린아이들까지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소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피고인 출석 없이 이뤄지는 궐석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개전 이후 조사 대상으로 삼은 러시아군의 전쟁범죄가 1만1천건을 넘어섰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는 지난 4월에만 1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숨졌다고 전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우크라이나에 조사단을 파견해 러시아군의 전쟁범죄 의혹을 심층 조사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전날 특별회의 표결을 거쳐 의결했다. 민간인 살해와 고문·성폭행, 아동학대 등이 조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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