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TV는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방역사업이 ‘최대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전면 봉쇄·격리 조치가 내려지면서 도시 곳곳이 텅 비어있고 도로와 인도에는 차량과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조선중앙TV는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방역사업이 ‘최대 비상방역 체계’로 전환됐다고 15일 보도했다. 전면 봉쇄·격리 조치가 내려지면서 도시 곳곳이 텅 비어있고 도로와 인도에는 차량과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열자와 사망자 규모 집계를 공개하고 있지만, 그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현재로서는 북한 집계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민심 이반’을 우려해 실제보다 규모를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15일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발생한 ‘발열자’ 수는 82만620여명이며 이 가운데 49만6천30여명이 완쾌됐고 32만4천550여명이 치료받고 있다고 밝혔다.

누적 사망자 수는 42명이라고 집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소집한 회의에서 "대부분의 병 경과 과정이 순조롭다"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북한의 이런 집계 발표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해 전 주민이 보고 듣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실제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북한 주민들은 단 한 번도 백신 접종을 못 해 면역력이 없는 데다 만성화한 식량난으로 영양상태도 좋지 않다. 더욱이 개인 및 집단 감염에 대응하는 방역용품도 부족한 실정이다.

북한은 2020년 초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부터 봉제공장을 총동원해 ‘면 마스크’를 생산했다. 그러나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 이상 막아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KF94’ 마스크와는 기능상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북한에는 자가 키트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도구가 없어 발열자들이 코로나19 감염자인지 다른 호흡기 질병에 걸렸는지 판별하기도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영매체들이 환자를 ‘확진자’가 아닌 ‘발열자’라고 지칭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와중에 북한 당국이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일반 주민도 인지할 만큼 병이 널리 퍼져 더 은폐하기 어려운 지경일 가능성이 크다.

장기간 이어진 봉쇄로 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해졌고, 사망자마저 속출하자 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발병 및 확산 사실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풍토병 국면에 진입해 관리가 가능해지자 뒤늦게 감염 사실을 실토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 청진의과대학을 졸업한 최정훈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라 함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2020년 초부터 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하며 감염이 의심되는 내외국인을 수만 명씩 ‘격리’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이제 오미크론 변이로 치명률이 낮아지자 ‘우리만 감염자가 있느냐, 세계적으로 다 있다’는 식으로 대외에 발표해 정상국가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 집계 규모의 신빙성에 대해 "신빙성은 매우 낮다"면서 "코로나 초기에 오히려 확진자 및 사망자 나왔을 것이고 지금은 줄어든 것이 저(발표한 집계 규모)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