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환히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그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이해인(1945~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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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은유다. 은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직설적인 것도 좋지만 그 효과는 반감된다. 주는 사랑도 그렇고 받는 사랑도 그렇다. 그것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처럼 감동적이고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처럼 위대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희망이다. 그렇다,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하는 동력이다. 또한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문제적 인간은 사랑이 없는 인간이거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다. 건강한 공동체는 사랑을 주고받는 사람이 다수인 사회다. 혹자는 사랑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런 저런 서술을 하지만 결코 성서의 표현을 따라가지 못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친절하고 시기하지 않으며 뽐내지 아니하고 교만하지 않고 자신의 유익 구하지 아니하며 타인의 잘못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렇다, 사랑은 희생하는 마음이다.

봄꽃이 만발하고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동하는 5월이다. 한번쯤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신록의 숲으로 들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만나도 좋으리라. 그리고 나서 좀 여유가 생기면 사랑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초대해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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