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5월10일 오전,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은 4만여 명의 초청 인사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첫마디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사는 엇비슷했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이 이룬 성취를 높이 평가하고 주요 선거 공약의 실천을 다짐했다. 취임사는 한국 또는 한반도에 머물러 있었고 청자(聽者)는 늘 국민이었다.

그런데 윤대통령의 취임사는 달랐다. 시선을 밖으로 돌려 ‘세계 시민’을 일곱 번, 국제사회와의 연대도 여섯 번 언급했다. 선언과 다짐의 대상이 전 세계로 확대했다.

물론 이날 취임사의 화두는 ‘자유’였다. 세계(13번), 평화(12번), 국제(9번), 민주주의(8번) 등의 단어도 빈번히 언급됐지만 35번 등장한 자유가 다른 것들을 압도했다. 취임사의 단골 메뉴인 ‘민족’이나 ‘국민 통합’,‘협치’같은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감성을 자극하는 ‘민족’과 국가주의적 색채가 짙은 ‘국민’이 사라진 자리에 ‘시민’이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시민’을 15번이나 말했다. 시민의 부활이라고 할 만했다.

17분 안팎의 취임사 도중 4만여 청중들은 37차례 박수를 쏟아냈다. 자유를 강조하거나 민주주의 회복, 국내외 위기 극복, 국제사회에서의 대한민국 위상의 도약을 언급할 때 박수가 집중됐다.

윤 대통령의 취임사를 들으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취임사 도중 비도 오지 않았는데 높고 푸른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무지개가 전 인류의 연대 및 자유·평화·인권·박애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코스모폴리탄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처럼 다가왔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