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3주년에 즈음하여 북한 주재 러시아 특명전권대사와 대사관 성원들이 지난달 27일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3주년에 즈음하여 북한 주재 러시아 특명전권대사와 대사관 성원들이 지난달 27일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연합

사람은 사람을 통해 성장한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 누군가의 제자로, 누군가의 스승으로 배우고 가르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제자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날 우리는 손 편지를 쓰고 전화로 인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한다. 바쁜 일상 속 안부조차 전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나마 달래보는 듯하다. 올해는 ‘스승의 날’ 58주년을 맞는 해이다. 1963년부터 시행된 스승의 날은 원래 5월 26일이었으나,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기념하여 1965년부터 5월 15일로 시행돼왔다.

북한에선 남한의 ‘스승의 날’과는 전혀 다른 ‘교육절’(9월 5일)이 있다. 북한 중앙인민위원회의 정령으로 제정(1977.9.19.), 김일성이 ‘사회주의 교육테제 발표한 날’을 기리기 위한 연출이다. 소위 사회주의 교육을 선전하는 일련의 과정으로써, 모든 교육자·학생에게 해당하는 공동 기념일로 인식돼왔다. 구체적으로 김일성의 혁명업적을 길이 전하기 위해 교사의 교육 수준을 높이고, 학생들을 혁명의 계승자로 키우려 한다는 취지다. 이날을 기리며 전국의 모든 학교에선 운동회가 개최된다. 관례대로라면 운동회는 조선소년단 창립일(6월 6일)에 열려야 하지만, 교육절로 연기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일가 외 그 누구도 존경과 우상화 대상이 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다만, 북한에서 교육자는 ‘혁명가’ 격에 맞는 대우를 한다. 사회주의 독재 국가일수록 교육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가로부터 이들에게 돌아오는 대가는 아이러니하게 아무것도 없다. 북한 당국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교육자들의 생계는 책임져주지 않는다. 교육자 혜택은 임시방편으로 세우는 수단일 뿐 , 목적이 아니다. 사실상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은 배급·공급이라는 개념이 이미 오래전부터 붕괴됐다. 자연스럽게 교육자들의 생계 수단의 원조를 국가가 아닌 학생들이 감당하게 됐다. 특히 임금이 없는 북한에서 장사도 할 수 없는 교육자들은 학생·학부모가 주는 반강제성 뇌물이 오히려 고마운 처지가 됐다.

‘철없던 시절 우리 얼마나 선생님 속태웠던가, 제자들 위해 마음 쓰시던 고마운 스승의 모습…’은 스승과 제자들에 대한 북한판 청소년 성장드라마 ‘수업은 계속된다’에서 나오는 멜로디다. 당과 수령을 위한 교육자의 헌신적인 모습이 강조되긴 하지만, 스승의 노고를 일깨워주는 장면도 간간이 등장해 북한주민들에게 감동을 준다. 북한에도 하루빨리 제자인 학생들이 순수하게 스승의 은혜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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