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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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이 누린 아빠찬스는 내로남불이고 한동훈 딸이 누린 아빠찬스는 공정한 경쟁인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의 말이다. 허위스펙을 만들어 의전원 입시에 제출해 현행법을 어긴 조민과 외국 대학을 목표로 나름의 스펙을 쌓아가는 한동훈 딸을 비교하는 게 과연 온당할까?

"부모 찬스를 쓸 여력도 없이 묵묵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일어나야 한다"는 박지현의 말에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던 건 전제가 틀렸기 때문이다. 물론 한동훈 딸의 고교생답지 않은 활동에 박탈감을 느끼는 이가 있긴 하겠지만, 최소한 박지현만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

그녀는 부모찬스보다 수십 배 더 대단한, ‘재명찬스’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박지현이 현재 맡은 직함은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장, 쉽게 말해 제1야당 대표다. 의전서열 7위의 고위층이기에 그녀는 이번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 바로 뒷자리에 앉았고, 신라호텔에서 열린 귀빈 만찬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경력을 본다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1996년생으로 만 26세, 대표 경력이라고는 한림대학교 재학 시절 탐사 보도 공모전에 참가하기 위해 시작한 ‘추적단 불꽃’ 활동이 전부이니 말이다.

그랬던 박지현이 일약 당대표가 된 것은 대선 다음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덕분이었다. "이재명 후보에게 전화가 왔고, 한 시간 이상 통화하며 왜 비대위원장을 맡아 주면 좋겠는지 설명을 들었다."

26세 여성 당대표는 이렇게 탄생됐다.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해야겠다. "박지현이 누린 재명찬스는 공정한 경쟁인가? 재명찬스를 쓸 여력도 없이 묵묵히 당에서 일하는 당원들 모두 일어나야 한다." 혹자는 37세에 제1야당 대표가 된 이준석으로 물타기를 시도해 보지만, 정치경력만 10년이 넘고, 엄연히 당원들의 투표로 당대표가 된 이준석을 여기다 갖다 붙이는 건 예의가 아니다.

오래지 않아 재명찬스는 그 대가를 치렀다. 자신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그녀가 실력으로 그 자리까지 온 게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는데, 그녀의 말에 힘이 실릴 리가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 장면을 보자. 첫 번째, 올 3월 말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총회, 연단에 선 박지현은 의원들을 앞에 두고 일장 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치고 내려가는 박지현에게 같은 당 설훈 의원이 말을 건넨다.

"잠깐만! 잠깐만! 얼굴을 잘 몰라요! 마스크를 잠깐 벗고 봤으면 좋겠는데요." 좌중에선 웃음소리가 나왔고, "저 앞에 나가서 (벗으라)" "텔레비전에 나온 거하고 틀려" 같은 말이 이어졌다. 엄연히 당대표로 뽑힌 이건만, 늙은 민주당 남성의원들에겐 그저 눈요깃감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더 어이없었던 것은 박지현의 반응, 페미니스트답게 이게 무슨 짓이냐고 호통을 쳐야 할 그 상황에서 박지현은 바보 같은 미소를 짓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두 번째 장면, 최강욱 의원이 화상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카메라를 끈 동료 의원에게 ‘숨어서 XXX 하냐’고 말했다. 최강욱은 그 단어가 짤짤이라고 우기지만, 그건 성희롱 발언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성희롱은 원래 피해자가 불쾌감을 느끼면 성립하는 죄, 그 자리에 있던 여성보좌관들이 불쾌했다고 하지 않은가?

박지현은 최강욱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고, 사실관계를 조사해 징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백번 지당한 이 말에 친문 인사들과 지지자들은 일제히 박지현을 공격했고, 사퇴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 뒤 벌어진 또 다른 성추행 사건에 박지현이 다시 사과했을 때 중년여성들이 그녀의 앞길을 막고 "당신이 무슨 비대위원장이냐? 자격도 없다"라며 외치는 영상은 박지현의 현재 위치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녀가 자기 힘으로 그 자리에 올랐다면 지지자들이 그렇게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며, 그녀 역시 그들의 공격에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으리라. 박지현이 지금 한동훈 딸 걱정이나 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 그래서 주장한다. 박지현은 재명찬스에 대해 사과하고 당장 물러나라! 당대표는 그에 걸맞은 스펙을 쌓은 뒤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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