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국민을 괴롭힌 코로나19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어찌보면 문재인 정부에게는 다행스러운 사태였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 사태’ 등으로 큰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 ‘독재자’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재난 상황이 일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전후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한 정책이 바로 K-방역이다. 하지만 자화자찬과는 반대로, 사실 문재인 정부 대한민국의 팬데믹 상황은 세계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코로나 초반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청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묵살하고, 몇몇 개인과 특정 세력을 ‘악마화’함으로써 정부의 책임을 회피했다. 북한의 ‘5호 담당제’처럼 국민 간 상호감시-비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여 확진자 억제에는 일부 성공했지만, 백신 수급에도 차질을 일으켰다. 백신 유통의 특혜 의혹까지 벌어진 와중에 ‘백신 운반 쇼’까지 벌여, "문재인 정부가 쇼는 기가 막히게 한다"라는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을 실감케 했다.
방역에마저 이념과 정치적 이익을 논하고 전문가들 주장에 귀기울이지 않은 대가로, 다른 민주국가 특히 선진국과의 방역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결국 감염자부터 백신 투여자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쇼에 미친 정부’에 의해 방역의 최전선에 섰던 의료진들의 헌신은 퇴색되었고, 국민의 고통은 지속됐다. "지금도 전 세계가 K-방역을 극찬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홍보에 중독된 결과다."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과 교수를 포함해 15명의 전문가가 집필한
아무튼 ‘반지성주의적 정권’은 교체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 지속 가능한 감염병 대응체계, 고위험군 보호 대책, 안전한 백신과 충분한 치료제 확보 등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고, 정부의 책임을 소수의 국민이나 특정 집단에 돌리지 않겠다는 말일 것이다.
- 기자명 김정식 터닝포인트 대표
- 입력 2022.05.16 14:06
- 수정 2022.05.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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