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사와 달리 ‘진영 초월’ ‘초당적 협력’ 등 직접적인 표현을 써가며 국회와의 소통, 협조를 강조했다.

그는 "연금·노동·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정부의 5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며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이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했다고 강조하면서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저는 가지고 있다.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며 "저는 법률안, 예산안 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첫 추경안에 대해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의회주의 원리에 따라 풀어가는 첫걸음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생 안정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경이 이른 시일 내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 협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취임 6일 만에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보상 등 내용을 담은 59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과 자원의 무기화,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북한의 핵 실험 준비 정황 등 안보 위기를 거론하며 "정부가 주요국과 경제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국제 규범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정치 경제의 변화는 그동안 세계화 속에 수출을 통해 성장해 오던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이라며 "국내외 금융시장도 불안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높은 물가와 금리는 취약계층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방역 위기를 버티는 동안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만으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의 안보 현실도 더 엄중해지고 있다"며 "북한은 날이 갈수록 핵무기 체계를 고도화하면서 핵무기 투발 수단인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가고, 북한이 핵 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방한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급망 안정화 방안뿐 아니라 디지털 경제와 탄소 중립 등 다양한 경제 안보에 관련된 사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해선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 노출된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 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추경안에 대해선 "정부가 이번 추경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고려한 것은 소상공인의 손실을 온전히 보상하고 민생 안정을 충분히 지원하면서도 금리, 물가 등 거시경제 안정을 유지하면서 재정의 건전성도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며 "민생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고려해 추경이 이른 시일 내에 확정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재차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 말미에는 "국민은 모두가 힘들었던 코로나 상황 속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이웃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피해는 기꺼이 감내했다"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설 때다. 국민의 희생이 상처가 아닌 자긍심으로 남도록 마땅히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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