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박병석 국회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8일 광주에서 열리는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새 정부 장관들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전원과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전원에 대해 오는 18일 열리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행사에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최영범 홍보수석·최상목 경제수석·안상훈 사회수석·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한다. 장관급으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지금까지 임명된 14명이 대상이다. 주초 임명이 유력시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임명 여부에 따라 참석이 결정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참모나 장관들 중 이미 일정이 잡혀있는 일부는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통해 당 의원 전원에게도 기념식 참석을 요청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소속 의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이준석 당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5.18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등 국민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해, 의원님들께서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달라"며 "부득이한 사유로 참석이 어려우신 의원님들은 별도로 원내대표와 상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또한 "대통령께서 당에 우리 당 소속 의원들도 동참해 달라고 요청하셨고 당은 불가피한 일정이 있는 의원들을 제외하고 모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 통합은 연설문에 통합을 몇 번 외쳤는지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보수정당 소속 의원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협치’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이 현실정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선 뒤 처음 열리는 국가기념일 행사에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당과 정부, 대통령실 인사가 한꺼번에 참석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역대 정부에서도 전례가 없는 것으로,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필두로 호남을 아우르려는 이른바 ‘서진 정책’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다가오는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표심을 잡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한편 윤 대통령의 이번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 참석은 정당·정파를 넘어 협치를 강조한 화합의 행보로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 행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6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은 뒤 "호남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도 중요한 일"이라며 "국민의힘 후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아달라. 당도 많이 바뀌었다"며 당선 후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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