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48년 건국은 객관적 사실, 19년은 주관적 희망』
【시론】『48년 건국은 객관적 사실, 19년은 주관적 희망』
  • 서명구
  • 승인 20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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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객관세계 벗어나 자신만의 폐쇄적 사고 사로잡혀

서명구 정치학 박사

제70회 제헌절을 맞았다. 대한민국 민주헌정의 고희를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갖고 그 의의를 되새겨야 마땅할 터이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너무나 조용하다. 아마도 임시정부가 설립된 지 100년을 맞는 내년에 성대한 기념식을 치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너무나 주관적이며 무엇보다 사실과도 완전히 어긋난 것이다.

근대국가는 영토, 주권, 국민을 3대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는 기본지식이다. 여기에 국제사회의 승인 혹은 국교수립도 국가성립의 중요한 요소로 추가될 수 있다. 그러나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러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무엇보다 임시정부가 주권회복을 자신의 목표로 설정하고 건국강령을 수립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가 없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임정의 결정적인 한계는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선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1927년 3월의 새 임시약헌은 주권이 광복운동자 전체에 있다고 보고 이들이 대단결하여 하나의 당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임정, 국제승인 못받았지만 가치 차원에서 큰 의의

이러한 여러 가지 미비점으로 인해 결국 임정은 국제 사회에서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가치의 차원에서 임시정부는 지대한 의의를 갖고 있다. 우선 제헌헌법 전문에서는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표현하였다. 또 초기에는 임정을 기점으로 하여 ‘민국 00년’을 연호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주관적 진실 혹은 의미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 자체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가치를 강조한 것이다. 후에 들어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재건’이라는 것도 국가를 세워 세계에 선포하였지만 그것이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정신을 계승한다는 뜻에서 ‘재건’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법률에 논란이 있을 때에는 그 입법정신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고 타당한 절차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제헌의원들의 생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찬승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돌베개, 2013, 332쪽), 이들 대부분은 인맥 면에서 임정을 계승하지 못했으므로 그 정신이라도 계승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이를 헌법에 반영해야 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명백하게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사실이다. 다만 건국은 5.10 총선거에서 시작하여 5.31 제헌의회 개원, 7.17 헌법 제정 공포, 8.15 정부 수립, 9.13 행정권 완전 이양, 12.12 유엔 승인 등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 8.15 정부수립을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볼 수도 있고, 관점에 따라서는 7.17 헌법 제정 공포를 가장 의미 있다고 보고 이를 건국으로 기념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천절과 제헌절의 차이

개천절이 종족적, 문화적 의미의 한민족의 시원에 해당되는 집단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정치체(body politic)를 수립한 것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면, 제헌절은 집단이 아니라 개체, 신분이 아니라 평등한 개인을 기본 단위로 설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핵심적 가치로 하는 새로운 문명에 입각하여 근대국가(nation-state), 법치국가의 원리가 도입되고 선포된 것을 기리는 날이다.

위당(爲堂) 정인보(鄭寅普) 선생은 제헌절 노래 가사에서 “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맞추리라”고 하였지만, 대한민국 민주헌정의 새 걸음은 단순한 새로운 걸음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옛날의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넓혀 신작로로 그리고 마침내 고속도로로 확장시킨 위대한 가치이자 문명 원리였던 것이다. 오늘날 남북한의 차이가 이를 단적으로 웅변해 주고 있다. 그 점에서 제헌절의 의미는 실로 막중한 것이다.

임시정부의 가치를 높이 받들고 그 의의를 높이 현양하자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임정의 법통 즉 정통성(legitimacy)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을 반대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문제는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을 왜곡, 무시한 채 일방적인 주관의 세계에 갇혀 임시정부를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는데 있다.

문정부가 대북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기존 대한민국의 가치를 문제시 하면서 이를 나름대로 ‘극복’하려 한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스스로도 당당하게 밝히고 있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정부가 객관의 세계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폐쇄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mg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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