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왼쪽)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두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추경안 통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왼쪽)과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두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가 끝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추경안 통과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59조4000억원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상당 부분의 재원을 아직 걷히지도 않은 세금으로 충당키로 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여윳돈이 없고, 지출 구조조정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적자국채 발행 외에는 딱히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다. 그런 만큼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새 정부가 걷히지도 않은 돈으로 60조원에 가까운 가불(假拂) 추경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는 재정중독을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정중독은 경제 현안의 해결을 재정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말한다. 인기없고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피한 채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이 재정지출인데, 이는 결국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새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올해 초과세수는 53조3000억원이다. 예측대로 걷히기만 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예측이 엇나가 나중에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지금 빚을 내는 것보다 악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수 추계를 문제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시절이던 지난 2월 1차 추경을 할 때는 돈이 없다고 해서 16조9000억원을 겨우 만들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불과 3개월 만에 뭉칫돈을 내놓은 것은 기획재정부가 제멋대로 세수 추계를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첫 추경 규모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탓인지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축소 조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세수 추계 논란도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선거에 장사없다’는 말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수 추계 논란은 앞으로 확산될 공산이 큰 상태다. 기획재정부의 초과세수 예측이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과 5조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22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초안을 보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전망한 초과세수는 47조8000억원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내놓은 53조3000억원보다 5조5000억원 적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세수를 지나치게 낙관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초과세수 추계의 정확도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초과세수가 53조3000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세수 추계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새 정부가 세수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새 정부가 한차례 더 추경을 편성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재정중독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새 정부는 올해 하반기 중 또 한번의 추경안을 편성할 계획이다. 국정과제인 ‘임대료 나눔제’ 시행을 위한 예산 등 경제 정책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시점은 소상공인법 일부 개정을 통해 임대료 나눔제의 법적 근거를 만든 뒤로 잡혀 있다.

임대료 나눔제는 임대인, 임차인, 정부가 각각 3분의 1씩 임대료를 부담하는 제도다. 지급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임차인의 대출 원금을 감면하는 방안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기준으로 3번째, 윤석열 정부 기준 2번째 추경이 된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 만큼 2번째 추경의 규모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2번째 추경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 임대료 나눔제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예상한 소요 재원은 50조원이다.

일반적으로 정권이 바뀌면 추경 편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새 대통령의 취임 첫해 예산은 이전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 짜인 것이다 보니 새로운 정책 방향에 맞는 예산이 반영돼 있지 않다. 신규 소요 재원은 추경을 통해 확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지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재정지출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추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공약 이행이나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의 의미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연이은 대규모 추경으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 결국 또다른 국민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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