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민주권 아닌 청와대주권 국가인가
【시론】국민주권 아닌 청와대주권 국가인가
  • 김영호 교수
  • 승인 2018.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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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문건 수사로 국군 무력화돼

이제 대한민국은 군이 당연히 해야 할 일도 못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중단되었고 우리 군 자체 훈련도 크게 축소하거나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한다.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해결된 것을 전제로 해놓고 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운동선수는 시합이 없어도 매일매일 연습을 한다. 하물며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 군대가 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건국 이후 우리 군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하기는 처음이다.

군사훈련 중단뿐만 아니다. 정부는 2017년 3월 기무사가 만든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수사단을 만들어 조사에 들어갔다. 여당은 이 문건이 쿠데타 음모라고 정치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매우 깊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 결정에 따라서 사회가 커다란 혼란에 빠져들고 국가안보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임이 분명했다.

국가안보라고 하는 것은 외침에 대비하는 ‘대외 안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질서를 유지하는 ‘대내 안보’도 매우 중요하다. 경찰의 힘으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고 한다면 군이 만약의 사태에 법적 절차에 따라서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기무사 문건, 당연히 해야 할 일 한 것

그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기무사 문건은 국방장관에게 보고되었다. 쿠데타 음모와 관련된 문건을 이렇게 공개적 회의에서 보고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런데도 여당이 나서서 이 문건을 쿠데타 음모라고 하는데 이것은 정치적 선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위기를 맞이하여 우리 군이 그런 비상계획안을 세웠다는 그 자체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런 시기에 그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직무유기요 복지부동이라고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 문건을 들고 특별조사를 한다느니 쿠데타 음모라느니 하는 것은 최근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의 실패와 자영업자 파산과 국민적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덮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특별수사가 진행되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무사 문건 수사를 지시한 후 국방부, 기무사와 각 부대 사이에 오고간 문서와 보고서를 모두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관련 서류들은 특별수사본부가 알아서 챙겨볼 것인데 대통령이 직접 지시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국민은 의심의 눈초리로 이것을 바라보고 있다. 엄연히 국방장관이 있는데 대통령이 직접 그런 지시를 내릴 이유가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장관을 신임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그를 그 자리에 계속 앉혀둘 필요가 있는가?

◇‘청와대 갑질’로 군 위신 급격 추락

이런 일련의 비상식적 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기무사 문건 특별수사를 사후적으로 억지춘향 식으로 정당화시키려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미 기무사 문건은 송영무 장관에게 보고되었고 그 당시 별문제가 아니었다는 식으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마무리되었다.

대통령은 특정 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수사 지시를 내리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별도 조사를 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것은 법치주의의 원리 하에서 유지되어온 수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민주권 국가’에서 ‘청와대 주권 국가’로 갑자기 바뀌기라도 한 것인가? 청와대가 하급부대 문서들까지 모두 내어놓으라고 하는 것은 ‘청와대 갑질’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진 출처) 이투데이

이번 기무사 문건 특별 수사는 육군을 배제하고 수사단을 구성하면서 군 내부의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청와대가 나서서 군에 대해서 ‘갑질’을 하면서 군의 사기와 위신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군을 격려하고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려고 노력해나가야 한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타락한다”고 영국의 액튼 경은 말한 바 있다. 청와대는 더 이상 군에 대한 갑질과 수사 개입을 당장 중단하고 특별수사단의 공정한 수사에 그 결과를 맡겨두어야 한다.

kyh2018@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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